여행 일반
‘K스마일’ 행복상승 키워드는 역지사지·미소·노력·보람·감사
라이프| 2016-11-23 11:23
여행이란 늘 설레는 일임을 잘 안다. 낯선 곳의 색다른 경험은 삶의 동력과 자양분이 되고, 평생 간직하는 추억이 된다. 2010년부터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도심을 잇는 공항철도 역무원으로 일하다 보면 매일 수천, 수만명의 외국인들을 대하게 된다.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출국자, 추억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귀국자 모두 밝다. 공항근무자에게도 그 설렘과 웃음은 전염되는 듯 하다.

하지만 때론 기분이 한 순간에 뒤집히는 일이 생기는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소지품 분실이다. 분실물 문의가 들어오면 예상되는 분실 루트를 추정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운다. 감정이 앞선 대면 또는 전화 호소때 보다는 공항철도 공식 온라인을 통해 글로 된 신고를 접하면 비교적 차분하게 분실 루트과 보관 가능성에 대해 상상력을 발동하게 된다.

도윤성 공항철도 역무원

최근 장문의 중국어 메시지를 접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대만인인데, 여행을 마치고 서울역~인천공항 직통 공항열차를 타고 오던 중 실수로 객차 내에 휴대폰을 두고 내렸다는 것이다. 휴대폰 안에 귀중한 자료들이 많지만 비행기 탑승 시간이 임박해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못한 채 출국했다면서 한번 찾아봐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물건을 분실했을 경우 찾을 수 있는 확률은 낮다.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직접 수령’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본국에 귀국해서야 돌려받을 수 있는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동료에게 좀 더 수고해 달라고 부탁한 뒤 해당 일시에 맞는 열차번호를 알아내고, 기관사, 승무원, 기능직원 등을 상대로 수소문했다. 핸드폰 분실 시간과 분실물 리스트를 대조했더니, 마침 우리 직원이 분실물 보관소에 잘 챙겨둔 사실을 확인했다.

대만인의 신분을 다각도로 확인한 뒤, 원칙적으로 직접 수령이지만 신분확인을 다각도로 했음을 윗분께 보고했다. ‘꼼꼼하게 확인했네’라는 상사의 말씀에 고개만 끄덕인 채 곧바로 택배업체를 섭외해 분실했던 핸드폰을 대만으로 보냈다. 이 대만인은 얼마 후 매우 감격해 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 전해왔다. 기분이 너무 좋았기에 폰을 찾는 동안 두 배의 일을 했을 동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그 대만인이 내게 고마워 했던 것 처럼.

‘K스마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놓으니 과욋일이라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역지사지, 노력, 감사, 웃음, 보람 이런 단어들은 행복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

도윤성 공항철도 역무원 종사자 미소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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