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판에서 재판대에 차례로 선 주범과 공범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공범 박모(19) 양은 고개를 떨군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반면, 주범 김모(17) 양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등 여유를 보이며 자신의 범행의 의도성을 끝까지 부인했다.
공범 박 양은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의 심리로 열린 차례로 열린 공판 중 먼저 재판을 받았다. 이날 검사의 공소장 변경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박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변호인 역시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았다. 박 양은 판사가 김양과의 공모 여부를 인정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이 부인하며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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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열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판에서 또박또박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주범 김모양과 달리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공범 박양은 큰 대조를 보였다. 이날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 인근 도로에서 피켓을 들고 두사람의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 |
이후 박 양은 직접 검사나 판사의 질문을 받지 않자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박 양은 한 갈래로 낮게 묶은 머리칼을 드리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언뜻 비치는 얼굴에 급격한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주범 김 양이 자신과의 연인관계를 창피해 했다는 검사측 발언에도 얼굴 낯빛을 바꾸지 않았다.
조용했던 것은 박 양의 재판을 방청한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 양이 초등생을 유인해 살해한 뒤 박 양에게 보낸 신체 부위를 검사가 일일이 열거 하자 그 잔인한 범행 수법 묘사에 적막이 감돌던 방청석에서도 짧고 낮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반면 이어진 오후 3시 재판에 나선 김양은 흘러내린 옆머리를 쓸어넘기는 여유까지 보이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김 양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던 박 양과 달리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양과 변호인은 검사가 변경한 공소장의 혐의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에 의한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김 양은 두 사람이 사전에 공모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범행 의도까지 있지는 않았다“며 “당일 범행도 제 감정 탓이지 특정 목적을 수행하려 저지른 것은 아니므로 우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또박또박 변론했다.
김 양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방청석 반응은 도리어 한층 싸늘해졌다. 김 양이 여전히 “그날 여러 환청이 들렸다”며 범행의 의도성을 부정하자 방청석에서는 격한 목소리의 욕설이 튀어 나왔다. 방청객들은 김 양이 구치소에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관련된 책을 외부로부터 받아 해당 증상을 연습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던 만큼 그가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을 여전히 주장하는 데 대해 “뻔뻔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시민 100여 명이 방청권 신청에 몰린 이날 재판에는 본 사건에 분노해 생애 처음으로 공판에 참석했다는 방청객이 많았다. 법원 밖에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을 이유로한 감형 없이 두 사람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든 시민들도 운집해 있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