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반성’ 의미 담긴 표현
사드로 중단된 상황에 대한 인식
시진핑 “이견 타당히 처리” 압박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교환한 메시지에는 공통적으로 ‘실질적’이란 표현이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표현했고, 시 주석은 양국 관계가 ‘실질적’인 혜택을 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재인 정부 식의 한중관계 해석이 현 어려움을 평가, 반성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 분석했다. 이날 시 주석이 축하 메시지에서조차 “이견을 타당히 처리하자”고 압박용 발언을 내놓은 것도 한중관계의 현 난관을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과 정부 대응 과정을 평가하고, 재발 방지책을 포함한 향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
▶양국 정상 일제히, “실질적 관계” 언급 = 문 대통령이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취임 직후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도 “한중 간 신뢰를 회복해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혈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과 달리 부침을 반복한 한중관계는 역대 정권마다 정의가 변모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협력 동반자 관계’라 정의한 후 노무현 정부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이명박 정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박근혜 정부는 ‘전략적 협동 동반자 관계 내실화’란 표현을 썼다. 새 정부 들어 등장한 ‘실질적’이란 수식어는 문재인 정부 식의 한중관계 전략인 셈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과거 한중관계에 대한 평가와 반성으로부터 ‘실질적’이란 표현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양국이 국가안보실ㆍ외교ㆍ국방ㆍ국책기관 등 4대 전략대화를 약속했으나 사드 갈등으로 인해 모두 중단됐다”며 “이런 건 ‘실질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양국 관계가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실질적인 소통과 문제해결 자세를 유지하자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러 관계와도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좀 더 ‘실질적’으로 증대시켰으면 좋겠다”고 밝혔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나 북핵 해법 등에서 모두 한국과 미묘한 이견이 불거진 상태다. 문 대통령이 양국에 모두 ‘실질적’이란 표현을 쓴 건 사드나 북핵 해법 등에서 명분이 아닌 현실적인 접근을 하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견을 타당히 처리”…여전한 신경전=이날 축하 메시지는 “한중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양국 관계의 비약적 발전을 평가한다”는 등 말 그대로 ‘축하’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와 함께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자”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최근 양국 갈등의 핵심인 사드 배치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수교 25주년 축하 메시지에서도 ‘이견’을 언급했다는 건 일종의 압박이란 분석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중관계도 발전하기 어렵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며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길 바란다는 건 한국에 우회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정상 간의 대화에서 ‘이견’은 항상 빠지지 않았다. 첫 양국 정상 전화통화 당시 사드 배치와 경제보복을 두고 양국 정상이 의견을 나눴고, 최근 독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양국 교류가 위축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자, 시 주석도 “중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치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김상수ㆍ문재연 기자/d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