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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총수’ 지정에 행정소송 검토…“IT기업 새 규제 필요”
뉴스종합| 2017-09-04 09:06
- “이해진 전 의장 지분 4%대 불과…투명한 경영구조”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이해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하면서 네이버가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나섰다.

아울러 제조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묵은 대기업집단 제도를 글로벌 환경에서 급변하는 IT기업에 그대로 적용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에 대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공정위가 적절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인지, 이를 남용한 것인지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구해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전 이사회 의장

네이버가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부분은 준대기업 지정 자체가 아닌 이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다. 아직까지 제기 여부와 정확한 시점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네이버가 실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늦어도 연내 소송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정위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하는 만큼 (행정소송) 제기 시점 등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 집단)’에 네이버를 포함한 57곳을 확정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해진 전 의장의 지분이 4.31%에 불과하지만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등 네이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총수로 지정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은 직접 공정위를 찾아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요청하는가 하면, 지분 11만주(0.33%)를 블록딜을 통해 매각했지만 이번에 총수 지정을 피하지 못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현재 네이버의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다.

네이버는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면서도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 기업에 재벌과 총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IT업계서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80년대 제조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기업집단 제도를 IT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재벌과는 다른 투명한 경영과 투자,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나는 디지털 경제의 생태계를 고려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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