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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 심상찮은 환율, 원화가치 3년여만에 최고…우리 경제 회복세 발목 우려
뉴스종합| 2018-04-04 10:15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미국의 압력으로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 원/달러 환율이 속수무책으로 급락(원화가치 급등)하면서 경제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과 이에 따른 수출 증가에 힘입어 국내 경제가 힘겨운 반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전체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단계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데다 최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환율 정책에 대한 부수적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한 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4.20원으로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29일(1047.3원) 이후 3년5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994.15원으로, 이달 2일 1000원선이 붕괴된 이후 990선대에서 움직였다. 4일 시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급락에 따른 경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에서 움직여 원화강세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16년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100~120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한국경제의 회복과 보호무역을 내건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원화 절상률은 12.80%로 대만(8.35%)과 일본(3.25%)을 크게 웃돌면서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대 절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가 12.15% 절하된 것을 감안하면 유독 원화 강세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면서 환율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미국의 압력으로 추가적인 원화강세가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단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 외환당국이 어느 수준까지 환율하락을 용인할 것인지 시험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원화의 대외 구매력이 확대돼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환율변화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총수출은 0.5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물량조절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영향을 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때 기계 수출이 0.76% 줄어 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고, 정보기술(IT) 부문 수출의 영향도 -0.57%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자동차(-0.4%), 석유화학(-0.37%), 철강(-0.35%) 등의 수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며, 선박산업의 경우 수주계약시 환헤지 거래로 그 타격이 -0.18%로 비교적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수출에는 제품의 기술ㆍ품질 경쟁력과 글로벌 수요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지만, 원화가치의 과도한 상승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별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은 달러당 1184원(2017년 11월 기준)으로 이미 원화가 고평가돼 있다며, 이런 고평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경제에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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