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책점검회의서 기업과 소통 강조 이어
인도 방문기간 중 이재용 부회장 회동 계획
일자리 수석에 정태호 배치도 긍정적 신호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하는 기조가 집권 2년차 들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정책기조점검회의서 “기업과 자주 소통하라”고 한 데 이어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인사를 일자리 수석에 전진배치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기조 변화를 읽어내는 단초다.
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인도 국빈방문 기간 동안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9일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이재용 부회장 참석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삼성은 전 정권에서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리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전방위 압박에 시달려 왔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현재도 진행중인 백혈병 논란, 그리고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청와대 역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조우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내부 격론을 벌이며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조우하는 것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형식이 내용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때 충칭 현대차 제5공장을 방문했고, 올 들어선 한화큐셀 방문, 현대차 자율주행 수소차 시승,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방문 등 대기업과의 접점을 늘려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과거에는 청와대가 기업을 만나면 뭔가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그런 것이 없지 않나.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만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2기 진용 변화도 대기업 기조 변화에 무게를 싣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자리 수석에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정 수석은 정무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다. 학자 출신 대신 정치인 출신을 일자리 수석으로 낙점한 것은 단기간 내에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였고, 결국 질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점을 문 대통령 역시 인지하고 있음을 간접 확인하는 단초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대기업 정책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선을 긋는다.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등 현 정부가 추구하는 진보적 정책 기조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 정부와 유사한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