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국회의원 월급 900만원 어디에 쓰나…
뉴스종합| 2018-07-23 11:57
절반은 ‘의정활동’…대부분 지역구에
정의당은 매달 220만원씩 당비로


지난 20일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월급날이었다. 연봉은 1억3800만원, 월급으로는 1150만원 정도이지만 세금과 건강보험 등을 떼고 나면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은 850만~900만원 수준이다. 수십억원의 자산가들도 물론 있지만 ‘아끼고 쪼개 써야 하는’ 생계형 의원도 많다. 이들이 월급을 어떻게 쓰는지, 의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의원들의 소비유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별로 크게 차이가 났고 당 별로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은 월급의 절반 정도를 사람들을 만나는 데 쓰고 있다. 정치후원금도 적지 않게 받지만, 지역에 상주하는 보좌관들 및 당원들을 위해 대부분 써야한다. 특히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지역 내 오피니언리더들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듣는게 의원의 주요 일이기 때문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A의원이 대표적이다. A 의원은 “지역내 교수 그룹과 여론주도층과의 만남에 매달 수령하는 850만원 중 300만원~400만원을 쓴다. 여기에는 토론회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에 매달 내야하는 당비 50만원을 제외하고 400만원정도가 이른바 ‘집에 가져 가는 돈’이다. 이 금액을 월급이라 생각하고 쪼개 쓴다. 선거과정에서 대출금 월리금 상환액이 70~80만원에 이르며 각종 보험료도 70만원씩 지출된다. 취업준비생인 아들에게 주는 50만원씩의 용돈도 고정비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B의원도 비슷한 패턴이다. 400만원 정도를 의정 활동에 쓴다. 지역구민 의견 청취가 대부분이다. 당비 30만원과 각종 의원 모임 회비를 제외하면, 400만원 정도가 ‘가계지출용’이다. 주택구입자금 2억원에 대한 대출 원리금이 매달 100여만원, 중학생 두 딸 학원비도 80만원이 지출된다. 40만원씩, 양가 부모님에게 나가는 용돈도 매달 80만원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 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씀씀이가 차이가 난다. 지역위원장 직을 가진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들과 소비패턴이 비슷하지만, 그렇지 않은 의원들은 여유가 있다. 지역구가 없는 일부 비례대표 중 일부는 저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소비행태는 당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우선 월급에서 ‘떼가는’ 직책당비가 다르다. 국회의원의 경우 민주당은 50만원, 한국당은 30만원, 민주평화당은 50만원인 씩 내야 한다. 지도부를 맡을 경우 직책당비는 많게는 200만원까지 낸다.

특히 정의당의 경우 소속 의원들의 직책당비가 220만원이나 된다. 6석의 적은 의석수로 국고보조금이 적어 재정이 열악한 정의당이 고안해낸 고육지책이다. 정의당 C의원는 “월급 중 500만원은 내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20만원의 직책당비에다 당원협동조합 등 6곳에서 기부금으로 나가는 돈 100만원도 고정비다. 상임위 특성상 외국손님이 많아 이들과의 만남으로 매달 200만원 정도가 나간다. 나머지 350~400만원이 가계지출로 나가는 돈이다.

규모가 큰 당의 경우 의원들의 모임도 활발해 모임에서 매달 나가는 ‘회비’도 상당하다. 한국당의 일부 의원은 소속된 모임이 10개가 넘어 모임 회비로만 매달 50만원정도가 나간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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