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조합, 서울시 요금조정안 수용
기본요금 3800원→5400원 유력
인상 6개월이후 사납금 비율 조정
22일 카풀반대집회는 그대로 진행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이번 택시요금 인상 이후 다시 요금을 손볼 때까지 사납금(납임기준금) 인상을 제한하는 데 동의했다. 서울시와 조합 간 택시요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사실상 서울시 뜻대로 타결된 것으로 올 연말 요금 인상 길도 열린 모습이다.
다만 조합은 카풀반대 대규모 집회는 이어가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카풀과의 협상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3일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12일 오후 2시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대표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안을 논의했다. 조합에는 서울 법인택시 회사 254곳이 회원으로 있다. 이날 행사에는 회사 170여곳이 참석했다.
이날 조합은 법인택시 회사가 택시요금 인상 이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는 데 동의했다. 그간 택시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함께 올라 기사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2013년 기본요금이 25% 오를 때 사납금도 24%가량 증가했다.
또 사납금 인상이 가능한 6개월 후에는 요금 인상분 80%를 ‘다음 요금 인상때까지’ 기사 월급에 반영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이 안을 두고 큰 갈등을 빚었다. 조합은 요금 자체가 5년만에 오르는 가운데 이런 조치는 너무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서울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충돌이 마무리된 모습이다.
다만 조합은 사납금 6개월 동결 이후 이뤄지는 임금ㆍ단체협약 땐 노동조합과 합의할시 기사에게 돌아가는 요금 인상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서울시는 조만간 서울시의회에 이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기본요금 3800원, 심야할증 기본요금 5400원안이 유력하다. 택시요금 인상은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심의위원회ㆍ택시정채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행된다. 이르면 올 연말에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
이날 조합은 카풀을 ‘불법 유상운송’으로 보고 이를 반대하는 ‘2차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감행한다고 예고했다. 집회는 택시노사 4개 단체가 함께 한다. 오는 22일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개최하며, 참여 예상 인원은 약 3만명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이른바 ‘카풀 금지 법안’ 통과가 목표다. 다만 이번에는 파업과 병행하진 않는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소속 회사가 254곳이니 한 곳당 50명만 참여해도 1만명”이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이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는 현장에서도 나왔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카풀을 옹호하는 시선 속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0%가 ‘카풀이 편익 증진에 도움이 돼 찬성한다’고 답했다. 28.7%만이 ‘택시기사 생존권을 위해 카풀 도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물론 현장에선 일부 옹호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간담회 참석자는 “택시업계가 많이 양보하고 있다”며 “이 마음을 시민도 알아줘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1차 집회로 카풀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집회에선 카풀이 명백히 불법인 이유를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원율 기자/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