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T화재] KT 통신장애 피해 배상받을 수 있을까…과거 판례보면 ‘난망’
뉴스종합| 2018-11-27 09:34
26일 서울 충정로길의 한 노점에 ‘KT아현전화국 화재로 인하며 통신장애 때문에 로또복권 판매 중단합니다 죄송합니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KT측 과실, 통신장애와 피해 인과관계 입증돼야
- 과거 ‘통신장애 손해배상 소송’ SKT 고객도 패소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최근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태로 고객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하지만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통신장애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물론 KT 측이 예상할 수 있던 손해라는 점을 모두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동구 법무법인 참 변호사는 최근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해 피해 사례를 모집 중이다. 이 변호사는 “추후 KT측 배상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소송을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KT 이용자들이 소송에 나선다면 입증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가장 먼저 KT측 과실이 증명돼야 한다. 박진식 법무법인 넥스트로 변호사는 “KT측에 실정법 위반 또는 관리부주의 등 책임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며 “소방당국 감식 결과 방화가 아닌 시설 과부하 등이 화재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KT측은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KT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고객 사과문 [사진=KT홈페이지 갈무리]

개인별로 얼마의 손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마련해야 하고, 통신장애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도 밝혀야 한다.

한 고법 판사는 “기술발달에 따라 과거에 없었던 손해를 입은 만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손해를 입증해선 안된다”며 “대리기사의 경우 사용 중인 대리운전 어플 원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 호출 건수와 통신장애 때 받은 건수를 비교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KT측이 손해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2014년 3월 발생한 SK텔레콤 통신장애로 인한 소송에서도 고객들이 이 점을 입증하지 못해 최종 패소했다. 6시간 가량의 통신장애를 겪은 대리기사와 퀵서비스 기사 등 20여명은 S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ㆍ2ㆍ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약관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했고, ‘피해자 측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라는 점에서 회사 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은 회사 측이 피해를 미리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특별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통신서비스 이용료에는 고객이 입은 손해를 모두 배상해주는 보험 서비스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KT가 고객들의 개인적인 사정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 싱크홀로 인해 교통체증이 발생, 중요한 계약 자리에 참석 못했더라도 도로공사 측에 계약 관련 손해를 청구하기 어려운 것처럼, 개인의 2차 간접피해는 특별손해로 인정된 사례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입증 과정들을 모두 거치더라도 법원은 사업자의 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 SK텔레콤 통신장애 소송에서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을 통신사에게 부과할 경우 전체적인 요금인상으로 이어져 전체 고객의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찬식 충정 변호사도 “손해배상을 피해자 구제 측면에만 방점을 찍으면 사업을 할 기업이 없을 것”이라며 “법이 개인의 특별하고 예례적인 사정까지 다 감안해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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