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현장에서]인사청문회 유감
뉴스종합| 2019-04-03 11:34
‘유감’. 덕장을 찾아볼 수 없는 인사청문회의 감상평은 간결하다.

장관 후보자 7명 대부분은 도덕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탈세, 위장전입은 우습다. 학자로 믿기 힘들만큼 막말을 한 후보자, 집 갯수를 줄이려고 ‘꼼수’ 증여를 한 후보자, 아들의 ‘황제 유학’을 도운 후보자 등 각자 사연도 다채롭다. 오죽하면 야당 인사들이 ‘어디서 이런 후보들만 나오는 건지’라고 노래를 부를 정도였다. 칼 끝을 돌리려는 무리한 화제 전환, 투기를 때려잡겠다는 현 정부도 말을 잃게 하는 안목(?) 등 일부 후보자는 굳이 쳐주자면 용장 내지 지장으로 볼 수 있겠다.

공자가 지도자 중 으뜸을 덕장이라고 한 데는 신뢰성에 있다. 용감하고 똑똑해도 믿기 힘든 사람이면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논리다. 후보자들은 콕콕 찌를 때마다 연신 “미안하다”, “반성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핵심 질문에는 말을 돌리거나 입을 꾹 다물었다. 덕장이 되려는 의지조차 없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와 후보자는 한 배를 탄다. 문 정부가 ‘인사 참사’로 칭해지는 수모와 함께 신뢰성을 잃는 까닭이다. 억울할 수 있다. 사람 고르기는 쉽지 않다. 나름 확인하는데도 작정하고 감춘다면 손 쓸 방도가 없다. 전 정부도, 그 전 정부도 같은 일로 속앓이를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 “늘상 있는 현상인데 왜 우리만 패느냐”는 말이 도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유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둔 이들이다. 우리는 DNA가 다르다고 자화자찬한 정권이다. 이전과는 다른 체계를 갖출 의무가 있는 정권이란 이야기다. 집권 1~2년차면 핑계라도 대볼텐데 벌써 3년차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남긴 건 결국 문 정부도 ‘내로남불’이나 ‘도긴개긴’이란 인식밖에 없다.

문 정부가 이번 인사청문회로 받는 내상은 웬만한 악재보다 깊을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만든 기준을 스스로 걷어차는 모습을 보인 데 따라서다. 누가 시킨 게 아니다. 문 정부는 먼저 ‘5대 인사 배제원칙’을 내걸었다. 또 이걸로 안된다고 기준을 7개로 확대했다. 물론 후보자 모두 표면상 어긴 게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덜너덜해진 건 확실하다. 또 이를 만든 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빼기 위해서인데, 논란 있는 후보자가 단지 여기 속하지 않는다고 해 임명하는 것 또한 지적사항이다.

후보자를 무리하게 꽂자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지지층과 중도층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다. 지난해 초 80%대에 있던 점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여당 지지율도 30%대로 내리막길이다.

문 정부도 놀란 모습이다. 다만 그 뿐이다. 사실 문 대통령은 야당이나 여론이 어떻게 나오든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청문회 때 시달린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흐름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논란 등 악재가 생기고, 범여권과 친여성향 시민단체까지 반발하자 두 명을 떨어뜨렸다. 지명 철회, 자진 사퇴 방식이다. 문제는 반성 표시가 아닌 4ㆍ3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위기모면용 대응’이 연상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전 정부, 그 전 정부와 다를바 없다. 야당은 벌써부터 연줄 없는 관료, 학자만 잘랐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문 정부의 이후 행보도 진실성을 의심하게 한다. 문 정부는 부실 검증 책임론에 문제될 일 없다는 뜻을 보였다. 되레 후보자가 말을 하지 않아 몰랐다는 궤변만 늘어놨다. 그러면서 사실상 다른 후보자는 모두 임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여당은 더하다.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규정한다. 여당의 한 의원은 문제가 된 후보자들의 투기, 위장전입 논란에 “50대 후반 연배에서 투기와 위장전입은 통상화된 분위기였다”고 두둔해 빈축만 샀다.

두 명 낙마로 끝내겠다는 건 하책 중 하책이다. 금 간 신뢰성은 반창고를 붙이는 시늉만으론 낫기 어렵다. 이전 정부와 다르다는 그 DNA를 십분 발휘할 때 회복할 수 있다. 간단하다. 먼저 인정이다. 문 대통령이 나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인사를 한 데 사과하면 된다. 이어 실천이다. 능력 위주로 인사 채용 틀을 바꾼 후 책임자를 경질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검증이다. 논란있는 나머지 후보자를 원점에서 살펴보고 문제가 확실할 시 잘라내면 된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모든 이가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 

이원율 정치섹션 국회팀 기자 yu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