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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신 술 단속 지나쳐” vs “숙취도 똑같이 위험”
뉴스종합| 2019-06-25 11:25
제2윤창호법’에 시민 극과극 반응
소주2병에 7시간 자도 걸리는 수치
“술 자리도 마음대로 못해” 비판
“사고 방지위해 불편은 감수해야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 2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숙취운전 주의보가 떨어졌다. ‘자면 깬다’는 속설과 달리 자고 일어나더라도 남아있는 숙취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릴만큼 단속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전날 마신 술 단속을 강화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맞아 이날부터 두 달간 전국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시행한다. 지금까지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면허정지, 0.1% 이상이면 취소처분이 내려졌다.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했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운전이 단속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졌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체중 60㎏ 남성이 자정까지 19도짜리 소주 2병(720㎖)을 마시고 7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041%가 된다. 과거 기준이라면 이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도 훈방됐으나 오늘부터는 면허가 정지된다. 실제 혈중알코올농도 0.03∼0.05% 운전자의 상당수는 숙취 운전을 하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음주운전 단속 현황을 분석해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0.05% 운전자(1296명) 가운데 출근시간대인 오전 6∼10시에 적발된 운전자는 9.33%(121명)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숙취까지 단속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의 직장인 유모(34) 씨는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아침에 출근하면 음주단속에 걸리는 것이냐”며 “이제는 술자리에서도 맘대로 술도 못 마시게 됐다”고 비판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술을 못 마시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안모(33) 씨는 “아침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타면 출근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며 “전날 술을 마신 것도 힘든데 숙취운전으로 걸릴까봐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면 누가 술을 마시겠느냐”고 꼬집었다.

음주단속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낮추는 것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직장인 김선영(42) 씨는 “현재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들도 처벌을 제대로 안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숙취운전까지 잡겠다고 아침 출근길에 단속하는 데 힘쓰기 보다 당일 음주운전자들이나 제대로 단속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숙취운전이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높다면 사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 종로구의 직장인 차모(42) 씨는 “음주운전 단속 강화의 취지는 결국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숙취운전도 사람들을 해할 수 있다면 조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학생 안서연(23) 씨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술 마시는 것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타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남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 엄한 단속은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정재 씨는 “음주로 인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그런데도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술을 아무리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고쳐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올해 통계를 보니 음주운전 사고가 34% 정도 줄었고 사망자수도 36% 줄었다. 음주운전 기준이 0.05%에서 0.03%로 강화되면 사람들이 더 조심하고 주의할 것이다”며 “운전을 하려면 아예 술을 안마셔야 한다.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을 해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된다면 의미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ㆍ성기윤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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