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맥주 거품 착안해 손쉽게 '나노 구조' 새긴다
뉴스종합| 2019-08-06 10:03
(왼쪽) 거품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관찰하면 얇은 막을 가진 연결구조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른쪽) 연구진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서 잘 정렬된 액체 거품을 만들고 조절하면서 나노와이어 패턴을 제작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전자빔이 아닌 거품으로 나노미터(㎚) 수준의 무늬를 새기는 기법이 개발됐다. 반도체, 플랙시블 액정에 쓰이는 기판에 미세한 패턴을 쉽고 저렴하게 새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김태성 교수, 배주열 UN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 연구팀은 액체 거품의 구조를 제어하는 기법을 개발해 나노 패턴을 대면적으로 새기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동안 나노미터 단위의 무늬를 새기기 위해서는 ‘전자빔 리소그래피’가 주로 쓰였다. 그런데 전자빔 리소그래피에는 다수의 공정이 필요하고 고가의 장비가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해상도를 높이면 정보 처리량이 떨어지고, 반대로 정보 처리량을 늘리면 해상도가 낮아지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현상이 공정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전자빔이 아닌 액체를 활용한 방법이 연구됐다. 그러나 액체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패턴을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한계로 거론됐다.

연구팀은 자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품의 구조에 착안했다. 액체 거품은 맥주나 세제처럼 액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거품이다. 그런데 이 거품은 나노미터 수준의 박막 구조를 가진다. 연구진은 이 사실에서 영감을 얻어 거품 구조를 응용해 미세유체장치를 만들었다.

미세유체장치가 물질을 주조하는 틀의 역할을 해 기판에 필요한 물질이 섞인 액체가 자연 증발하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2차원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반적 거품 구조는 ‘폐쇄계’(Closed System)다. 공기 방울 간의 압력 차로 인해 큰 공기 방울이 작은 공기 방울을 흡수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규칙적인 나노선 무늬를 새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연구진은 미세유체장치를 통해 폐쇄계의 거품 구조를 ‘개방계’(Open System)를 가진 구조로 만들어 쉽게 나노패턴 제어를 했다.

김태성 교수는 “전통적 리소그래피 기법과 달리 유연한 기판 위에서도 대면적으로 미세한 패턴을 그려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기술”이라며 “쉽고 저렴하게 몇 분 만에 나노입자나 유기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의 나노 패턴을 만들 수 있어 미래형 플랙시블 기기 제작에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19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 지원으로 이뤄졌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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