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프리즘] 멀미를 피하는 법
뉴스종합| 2019-08-27 11:32

차로 5~6시간 운전해야 할 먼 곳에 처가가 있다. 장거리 운전이야 늘 피곤하지만, 특히나 고역인 ‘1시간’이 있으니. 처가를 목전에 두고 두 고개를 넘어야 하는 탓이다.

고역인 이유는 딴 데 있다. 아내와 아이 때문이다. 급커브를 몇 번 반복하다보면, 조수석의 아내는 멀미 난다며 내 운전습관을 타박하기 시작하고, 뒷좌석의 아이는 속이 안 좋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달리 방도도 없다. 그저 견딜 뿐이다.

최근 읽은 책 구절에 마침 멀미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멀미는 뇌의 예측과 눈앞의 현실이 다를 때 나타난다(김영하, 여행의 이유)’는 거다. 실제 멀미는 전정신경계와 시각 자극의 불일치 등에 따라 나타나는 증세다. 즉, 뇌가 예측하는 정보와 실제 상황이 다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때문에, 차를 직접 움직이는 운전자는 멀미하지 않는다. 조수석은 그나마 낫다. 앞으로 펼쳐질 고난을 눈으로 목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자와 달리 어느 순간 어느 속도로 코스를 돌파할지 알 순 없다. 뒷좌석은 한층 심각하다. 닥칠 시련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저 운전자에 모든 걸 맡길 뿐이다. 극심한 멀미는 더더욱 피할 수 없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논란은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다. 단초는 ‘고속도로’가 ‘급커브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루에만 4bp씩 하락하는 극단적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졌다. 전문가도 두 손 드는 형국이다.

최근 DLS 사태를 보며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무지한 판매자와 무지한 고객이 만든 ‘무지의 조화’다”. 당연히 일차적 책임은 판매사에 있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판매사만 믿은 투자자 역시 스스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DLF에 투자한 이들은 평균 2억원을 맡겼다. 과연 노후와 미래가 달린 돈을 과연 꼼꼼히 따져보고, 온전히 이해하고 투자했는지다. 제대로 설명 못한 판매자가 있다면 응당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한다.

고속도로에선 뒷좌석이 오히려 편하다. 멀미 걱정도 없다. 급커브와 급경사가 이어지는 순간, 뒷좌석은 전쟁터다. 운전에선 멀미에 한 번 하면 말 일이지만, 투자는 다르다. 피땀 모은 재산과 미래를 토해야 할 일이다.

당분간 우리 경제도 첩첩산중을 피하기 힘들 조짐이다. 하루만에 코스닥지수는 4.28% 급락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전문가도 한숨을 쉬는, 그야말로 예측불가 구간이다.

이 시기를 돌파할 투자자라면, 반드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다시 처가를 간다면, 이젠 아내에게 분명히 말할 생각이다. 멀미가 싫다면 운전대를 잡으라. dlc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