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정부는 기업 접대비 줄었다는데…‘김영란법’ 시행 직후 줄었다 다시 증가세
뉴스종합| 2019-09-29 17:24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줄었던 접대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2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접대비 내역을 공개한 116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접대비 규모는 총 1495억원으로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2016년 상반기 대비 4.9%(78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2017년 상반기에 1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214억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2017년 줄었던 접대비는 2018년과 2019년 연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기업마다 법리적 해석을 마치면서 접대가 경색됐던 분위기에서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 상반기 매출액에서 접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055%로 2016년 상반기 0.065% 대비 0.011%포인트 하락했지만, 2017년 상반기(0.052%)와 비교하면 0.003%포인트 상승했다.

실제로 2017~18년 접대비는 1359억원에서 1388억원으로 2.2%(29억원) 늘었고, 올해 상반기는 1495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7.7%(107억원) 증가했다.

법 시행 직전인 2016년 상반기에 비해 접대비가 줄어든 곳은 66곳으로 절반이 넘는 56.9%에 달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93.7%(35억원)를 줄여 감소폭이 가장 컸고 대웅제약(79.6%, 6억1400만원), LIG넥스원(76.2%, 6억4100만원), 한신공영(73.8%, 5억2500만원), 한국항공우주(73.8%, 4억5400만원) 등이 70% 이상 줄였다.

이어 한양(67.5%, 4억1000만원), 롯데쇼핑(66.7%, 42억원), 금호산업(63.1%, 3억6200만원), 유한양행(61.1%, 3억6800만원), 대성산업(56.4%, 4억5900만원), 대원강업(51.5%, 3억5000만원),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51.0%, 4억1400원) 등의 순이었다. 접대비를 줄인 66개사 중 3년 새 50% 넘게 감소한 곳은 이들 12곳뿐이었다.

반대로 접대비가 늘어난 곳은 한화건설(253.9%, 9억8500만원)을 비롯해 다우기술(133.2%, 27억원), 다우데이타(122.7%, 28억원) 등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세아베스틸(96.3%, 1억8000만원), 롯데케미칼(95.0%, 9억8900만원), NHN(90.7%, 13억1900만원), 현대홈쇼핑(89.9%, 5억5100만원), 유안타증권(86.1%, 10억2800만원), 코스맥스(67.5%, 3억5900만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52.7%, 5억6500만원), 도이치모터스(51.2%, 1억300만원), 화승인더스트리(50.4%, 2억3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올 상반기 접대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곳은 ㈜한화로 86억4500만원이었고 하나은행(85억4900만원)이 두 번째로 많았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60억7200만원), 다우데이타(50억2000만원), NH투자증권(48억5600만원), 다우기술(47억3100만원), 한화케미칼(45억7200만원), 메리츠종금증권(39억3900만원), 코오롱인더스트리(35억4900만원), 대상(32억9100만원) 등이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접대비가 1억 원 미만인 곳은 KTcs(5400만원), 포스코강판(7200만원), GS EPS(8700만원), 신세계인터내셔날(9700만원) 등 4곳이었다.

접대비 내역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은 공시를 하지 않았다. 올 반기보고서 기준 매출 10대 기업 중 접대비를 공시한 곳은 기아차와 ㈜한화 뿐이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한국전력공사, SK하이닉스, GS칼텍스, 현대모비스 등 8곳은 공시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세 신고 법인의 접대비 현황(2009~2018)’ 자료에 따르면 작년 법인세 신고를 한 기업 등 법인들이 지출한 평균 접대비는 전년 대비 5.6% 줄어든 1446만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접대비를 지출한 법인 수는 41만9420곳에서 2018년 74만215곳으로 76.5% 증가했으나, 법인들의 평균 접대비는 2009년 이후 최근 10년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접대비는 2009~2013년은 1700만~1800만원대에 머무르다 2014년부터 1600만원대로 낮아졌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1689만원에서 2017년 1531만원에 이어 작년 1446만원으로 떨어졌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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