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말 많은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니?
뉴스종합| 2019-10-05 07:01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지난달 23일 독일 완성차 브랜드 BMW의 서브 브랜드 BMW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10초짜리 자율주행차 영상이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오는 2021년 양산 계획인 ‘비전 아이넥스트’ 콘셉트카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엔 낯뜨거운 장면과 ‘즐거움의 새로운 순간(New Moments of Joy)’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구가 담겼다.

“묘사에 불과하다”는 BMW의 설명에도 전 세계 누리꾼들은 완벽하지 않은 기술과 현행법 위반 소지를 이유로 날을 세웠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과장된 광고가 자율주행차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더라도 이와 관련된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이 AI(인공지능)를 통한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산물이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제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서 제시하는 자율주행 단계는 레벨 0부터 5까지 6단계로 나뉜다. 현재 양산 모델에 적용된 기능은 레벨 2 수준이다. 일정 구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아직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주요 기업들은 내년까지 4단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행에 대한 핵심 제어부터 주행환경 모니터링, 비상시 대처까지 시스템이 수행하는 레벨이다. 모든 도로 조건과 환경을 시스템이 담당하는 레벨 5의 실현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자율주행 시장의 선두주자는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다.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웨이모는 2009년 이후 미국에서 누적 거리 400만 마일을 돌파했다.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인 업체는 GM이다. 2017년 기준 자율주행 거리는 13만1676마일로, 전년 대비 1400% 이상 증가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한 ‘앱티브(APTIV)’는 자율주행 기술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완전 자율주행의 핵심요소는 정밀지도와 ‘V2X(Vehicle to Everything)’로 불리는 통신 기능의 발달이 꼽힌다. 기존보다 정확한 위치정보의 습득과 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V2X’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V2X’는 차량과 차량(V2V·Vehicle to Vehicle), 차량과 인프라(V2I·Vehicle to Infrastructure), 차량 내(IVN·In-Vehicle Networking), 차량과 이동단말기(V2P·Vehicle to Pedestrian) 등을 지칭하는 기술이다.

법·제도 및 규제도 숙제투성이다. 사고 발생의 손해배상 책임 주체부터 범위까지 세부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해서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밀집된 유럽연합에서 도로안전과 손해배상책임 등 통일된 법률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에선 민간 중심으로 구성된 자율주행차 협의체를 중심으로 정부와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송봉섭 아주대 교수는 “장밋빛 전망에도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성급한 사업화 전략은 실패할 수 있다”며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 등 혁신적인 파생 산업과 이를 통해 형성될 미래의 산업생태계 모습을 상상한다면 자율주행차가 갖고 있는 이중적 가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순수 자율주행 기술 순위(자료=내비건트리서치)〉

1. 웨이모 2. GM 3. 앱티브 4. 포드 5. 인텔-모빌아이 6. 다임러-보쉬 7. 르노-닛산 8. 폭스바겐

9. Zoox 10. BMW-인텔-F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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