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같은 시기에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대통령이 취임 후 펼친 정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 대통령은 저(低)성과자 해고를 쉽게 하는 고용노동부 ‘양대 지침’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한편 주52시간근무제를 도입했다. 또 법인세를 인상하고 사회보험 혜택을 늘렸다. 친노조정책이 주를 이룬다. 반면에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를 비롯한 기득권과 싸움을 시작했다. 노조의 협상 권한을 줄이고 방만한 연금을 수술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고 부유세도 폐지했다. 친기업정책에 방점이 찍혀있다.
두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에 이른 현 시점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경제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의 투자 규모는 2017년 9.8%(전년 동기 대비) 증가에서 지난해 -2.4%로 돌아섰고 올해는 부진의 골이 더 깊어졌다. 반면 프랑스의 투자는 지난해 2.8%, 올 상반기 3.4%로 견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비정규직근로자만 1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프랑스는 올 2분기 고용률(65.7%), 정규직 비중(54.7%) 모두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집권 후반기 문 정부의 성공 여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달렸다. 마크롱과 같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개혁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국민을 통합하고 정책을 성공시키는 길이다. 먼저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법인세 인하·가업상속세제 개편·연구개발(R&D) 지원세제 확대 등 ‘세제개혁’으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국가주의’ 또는 ‘반시장주의’를 버려야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부가 세금으로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대표적 국가주의 정책이다. 일자리의 95%를 만드는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면서 양극화가 해소된다. 정부가 세금으로 가난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국가주의 정책은 국가부채를 급증시켜 미래세대 부담만 늘릴 뿐이고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 중산서민층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는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이론에 의해 일반화됐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때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 국가’를 만들겠다”며 “2025년까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25개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책에 힘입어 지난해 프랑스에서 새롭게 창업한 기업 수는 69만개로 17%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 검찰은 최근 ‘AI’ 기술을 가장 많이 적용하는 모빌리티회사, ‘타다’의 모회사 ‘쏘카’ 경영진을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신산업에 투자하려면 정부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의 현주소다.
한국의 스타트업(start-up) 정책이 가야할 방향은 분명하다. 기업이 투자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긴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정부규제 제로(0)지대,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투자를 유치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