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 중국 11개 노선 중 10개 운항 중단…대한항공 15개 노선 감편
국내 8개 항공사 100개 노선 중 65개 운항 중단.감편…간접 입국제한 효과
운휴 더 늘어나면 주기료 부담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하늘길이 사실상 봉쇄됐다, 바이러스 확산이 한 달 이상 장기화될 경우 운항 중단 항공기에 부과되는 주기료(공항 주차료의 일종) 비용을 감안하면 항공사들의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4일 현재 국내 8개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운행을 중단한 중국 노선은 총 41개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전에 100개의 중국 본토 노선을 운영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하늘길의 절반이 끊긴 셈이다.
운항 중단에 감편 조치까지 합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으로 타격을 입은 노선은 총 65개로 늘어난다. 여기에는 중국 유명 관광지와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상용노선들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으로 이스타항공은 중국 11개 노선 중 제주~홍콩을 제외한 10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포함해 7개 노선의 운항을 멈췄고, 인천~베이징 등 15개 노선을 감편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개 노선을 중단하고 8개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였다.
에어서울은 앞서 인천~장자제와 인천~린이 등 중국 노선을 100% 중단했다. 진에어 역시 제주~상하이, 제주~시안 등 본토 노선 2개의 운항을 중단했다. 에어부산도 중국 노선 9개 중 7개를 중단하고 부산~옌지 노선을 감편했다. 7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제주항공은 겨울철 운휴 노선 5개를 포함해 17개 중 12개 노선의 운휴를 결정했다.
항공업계는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승객들의 우려에 운항을 아예 중단하는 ‘원천봉쇄 작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정부는 이날 0시부터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지방정부 권고에 따라 주중공관의 비자발급도 9일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항공사들은 중국 본토 운항은 앞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이 추가 노선 중단과 감편을 검토하고 있고, 중화권 노선으로 감편이 이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의 관광 금지 정책을 고려해 중국 외 동남아 등 인접 국가까지 노선 운항 중지·감편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지난해 일본 보이콧과 홍콩 시위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데 이어 연초부터 이어진 악재에 내부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항공사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
한편 항공사들은 중국 항공편 중단으로 공항이 운항 중단(운휴) 항공기에 책정하는 주차료의 일종인 ‘주기료’도 부담이 되고 있다. 대다수 항공사는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면 주기료가 눈덩이로 불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항공사별 인센티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천공항에서 B737(130석 규모) 기종의 주기료는 한 달 기준 80~100만원 선이다. 대형항공사가 중국 노선에 투입하던 A330(0(275~298석) 기종의 주기료는 110만원 수준이다. 일주일 동안 해당 항공기를 운항하지 않으면 1000만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형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노선이 대폭 줄어들 때도 주기료 할인이 없어 항공사들은 유휴 항공기를 다른 노선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