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채권자가 돈 받겠다는데…‘압류금지’ 특별법 중구난방
뉴스종합| 2020-02-04 10:03

법무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채권자의 압류 집행을 금지한 법률 조항이 90여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압류 금지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는 법령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최근 발주한 ‘압류금지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 내용을 검토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압류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은 ‘민사집행법’ 이나 ‘국세징수법’ 외에도 ‘공무원 재해보상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등 9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압류금지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해 민사집행법 등 법령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번 보고서를 후속 연구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향후 국회 입법 발의 시에 자문도 제공할 예정이다.

책임연구를 맡은 김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많은 법들이 압류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압류금지를 하면 이에 의해 보호받는 사람도 생기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도 생긴다”고 했다.

이어 “압류금지를 규정하는 특별법 사이에 많은 규정상의 괴리가 존재해 집행절차상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특별법에서 압류금지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령에 그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에도 해당 청구권의 전부를 압류금지하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령에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채무자의 재산권 전부에 대해 압류가 금지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에는 공무원연금법상 압류금지의 범위를 놓고 2000년과 2018년 두 차례나 심판청구가 들어오기도 했다.

헌재는 2000년 3월 공무원연금법 위헌법률심판을 기각하면서도 “채무자의 사정은 급여의 액수, 부양가족, 재산상태 등에서 천차만별이고 채권자의 생활상황이 오히려 채무자보다 더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획일적으로 압류를 전액 금지하면 헌법정신에 합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공무원연금법은 일부 개정돼 공무원연금에서 1개월간의 생계비에 대해서만 압류를 금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헌재는 2018년 7월 “공무원연금 압류금지 관련 결정이 선고된 때로부터 18년이 지났지만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규정은 여전히 입법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압류금지의 취지는 존중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민사집행법’ 및 관련 특별법들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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