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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윅 창업 스토리) 영화사 더부살이서 미디어그룹으로 우뚝!
뉴스종합| 2020-02-05 08:59
(좌측부터)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와 조진호 의장, 박인규 대표의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자본금 2억에 노트북 한 대, 책상 두 개. 사무실도 없어 영화사 더부살이. 올해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50억~200억원을 바라보는 미디어그룹 위지윅스튜디오의 시작은 그야말로 초라했다.

2016년 어느 봄, 투자유치 IR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아무 것도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는 박인규 공동대표의 회상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직원이라고는 창업자 두 남자가 전부. 노트북 한대에 사무실 조차 없어, 영화사 한켠에 더부살이.

자본금 2억의 회사로는 영화 시각특수효과(VFX)는 커녕, 광고 계약도 따내기 힘들었다. VFX제작 특성상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고가의 장비 마련도 당면 과제였다. 적잖은 자금이 필요했지만, 대출과 펀딩을 받는 건 힘들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돛을 달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때 ‘ 숨은 조력자’가 나타났다. 벤처캐피탈(VC) SBI인베스트먼트 안재광 이사다. 무모할 것 같았던 두 남자의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오래 전부터 VFX 산업 및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안 이사는 위지윅스튜디오의 성공 가능성을 직감했다. 사업 조언 및 컨설팅 뿐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엔젤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순식간에 50억원이 모였다. 여기에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의 주역 중 한명인 조진호 현 위지윅스튜디오 의장도 투자 및 조력자로 힘을 보탰다.

조진호 의장은 “아무것도 없는 회사였지만 두 대표의 열정만큼은 남달랐다”며 “두남자의 열정과 안 이사의 역할, VFX기술력이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고 말했다.

엔젤투자자들이 움직이자, 후속 투자가 연이어 이뤄졌다. SBI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VC 4곳에서 총 90억원을 투자했다.

성공적인 초기 펀딩 덕에 두 대표는 고퀄리티 VFX 제작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를 확충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그해(2016년)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에는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급 성장했다. 창업자 2명이 영화사 한켠에서 시작한 회사가 현재 직원수 200명의 콘텐츠 미디어 기업으로 우뚝 섰다.

안 이사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20년 넘게 VFX 시장에 몸을 담았던 박관우 대표의 기술력과 박인규 대표의 영업 및 경영 능력은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박관우 대표는 “할리우드 VFX 기업에서 부사장으로 재직 시절 회사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가져가야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지 공부하게 됐다”며 “여기서 쌓은 영업·운영 능력에 박인규 대표의 인맥과 레퍼런스가 결합되며 현재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위지윅스튜디오가 성장을 거듭하며 박인규·박관우 대표는 ‘해외 진출’이라는 제2의 도약의 기회를 모색했다. 이번에도 안 이사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본인이 대표 펀드 매니저로 있는 조합 뿐 아니라 다른 VC를 설득해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을 성사시켰다.

단순히 FI(재무적투자자)에서 머무른 게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결해 해외 진출과 사업 확장에 기여하는 SI(전략적투자자)를 자처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위지윅스튜디오는 중국 영업지사를 설립,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 오딧 통과 ▷스크린X 수주 ▷뉴미디어 본부 확충 등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박인규 대표는 “위지윅스튜디오는 우리의 시장 성장성을 본 VC, 특히 안 이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SBI같은 SI적 투자접근이 활성화된다면, 국내에도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해 성장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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