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계 “멘토, 친구, 아버지”
‘죽었지만, 영원히 살’ 경영인
故 정주영 회장과 팔씨름 일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신부전증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84세. 뉴욕증권거래소는 2일 거래 현황판에 웰치 전 회장의 사진을 띄워 ‘세기의 경영인’을 추모하고 있다. |
‘세기의 경영인’으로 존경받는 잭 웰치(84) 전 제네럴일렉트릭(GE) 회장이 1일(현지시간) 신부전증으로 별세했다.
1981년, 46세에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는 20년 재임기간 동안 GE매출을 250억달러에서 1300억달러로 4배 이상 늘린 불세출의 기업가다. 성장·효율을 강조한 웰치 전 회장은 10만명에 달하는 직원 해고를 단행하고 자산매각도 주저하지 않았다. ‘뉴트론 잭(Neutron Jack·중성자탄 잭)’이란 악명이 따라다닌 이유다. 미 경제계엔 웰치 전 회장에게서 훈련·영향을 받은 인사들이 많아 그를 추억하는 깊이도 남다르다. 블룸버그통신 등이 2일 취합한 주요 경영·학계 인사들의 증언을 보면 웰치 전 회장은 ‘죽었지만, 영원히 살’ 흔치 않은 경영인 반열에 올랐다.
GE의 로렌스 컬프 현 CEO는 웰치 전 회장을 마지막 봤던 때를 거론, “‘그래서 정확히 당신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 건가’라고 잭이 물었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며 “그의 밑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솔직히 내가 어떻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지를 잭이 묻는 건 겸손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잭은 경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 특출난 인물로, GE의 호시절과 어려운 때를 함께 했다”면서 “전설적인 리더로서 CEO의 기준을 세웠고, 개인적으론 그를 항상 멘토이자, 친구, 심지어 아버지 같은 존재로 존경했다”고 추억했다.
웰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GE를 2017년까지 이끈 제프리 이멜트 전 CEO는 “난 GE에 입사한 첫 날부터 잭 웰치와 일할 것 같았다”며 “그의 솔직함은 효과적이었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는 GE를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다. 그는 내가 본 최고의 상사였다”고 했다.
데이브 코트 전 허니웰 CEO는 “잭 웰치는 ‘자연계의 힘’이었다”며 “내 삶과 경력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웰치 전 회장의 40년지기인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대 경영대 교수는 “글로벌 무역에 역사적인 기여를 함과 동시에 약점도 있었다”면서 “그 때문에 경영계는 변화하고 더 나아졌다. 의심할 여지없이 ‘산업적 상상력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마스 에디슨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잭 웰치를 신격화해선 안된다”며 “그는 자기 홍보에 매우 효과적이었고, 경영계의 유일무이한 거인이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비즈니스의 전설인 잭 웰치가 눈을 감았다. ‘뉴트론 잭’같은 기업의 리더는 없었다”며 “우린 훌륭한 거래를 함께 만들었고,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웰치 전 회장은 한국을 수 차례 찾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 교류한 걸로 전해졌다. 특히 정주영 회장과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다 의견이 엇갈리자 팔씨름까지 한 걸로 알려졌다. 경영에 관한 한 전광석화 같았단 점에서 두 경영 거목은 통하는 면이 있었던 걸로 비친다. 웰치 전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에 대해선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네 가지는 책임감과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 올바른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회장은 그 네 가지를 고루 갖춘 경영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웰치 전 회장의 장례식은 오는 5일 오전 뉴욕의 성 패트릭성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