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마스크, DUR 적용해도 ‘대란 해소’ 의문
뉴스종합| 2020-03-04 11:18
최근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

최근 정부가 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각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이 같은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2~3일 정도가 지나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이 완벽하게 작동이 될 것 같다”고 밝히면서, DUR을 이용한 판매가 마스크 대란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DUR이 마스크 대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일부 약국의 단골 챙기기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약사가 부여하는 ‘단골 찬스’가 없어지더라도 소비자가 소량의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을 찾은 김모(38) 씨는 “처음에는 마스크가 모두 팔렸다는 말을 들었지만, 약국을 찾은 김에 수만원어치 약을 구매하자 다음 입고 시간을 귀띔해 줬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예약 손님에게만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했다”, “지인이 약사여서 마스크를 챙겨 줬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DUR은 의약품의 부적절한 처방, 조제 사실 등을 의·약사가 알 수 있도록 병원과 약국을 연결한 네트워크로, 2010년 도입됐다. 통상 DUR에는 처방 약 정보만 기록되지만, 의약외품인 마스크를 처방 약과 마찬가지로 관리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라면 각 약국에서 DUR을 활용, 마스크를 판매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은 이상 단골이 선점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까운 약국에서 재고가 소진되면,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은 여러 약국을 전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여전한 선착순 방식은 직장인·노약자 등 자유롭게 시간을 들여 마스크 구매에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장모(36) 씨는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는데, 맞벌이 사정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DUR을 활용해 일정 수량 이상 구매를 제한한다고 하는데, 약국별 조기 소진은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약사 역시 공적 마스크 판매 전담에 부담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사는 “마진 폭이 큰 것도 아니고, 물량도 적은데 줄을 길게 늘어서면 걱정부터 앞선다”며 “어떤 방식을 취할지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독점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인 사업자로서 단골에게 민감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판매를 일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맞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공적 판매처에서 제외된 지방자치단체는 마스크 물량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몇 장이 부족해졌다고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예전에는 여러 수요처가 100%만큼의 물량을 나눠 구매했다면 지금은 공적 판매처 50%, 수출량 10%를 제외한 40%만 놓고 경쟁한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가 확보하는 마스크는 직접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과 선별진료소 인력에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현장을 살피고 감수성을 키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달리 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만 의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37) 씨는 “어제 정부가 제안한 DUR 방안은 경북 문경시의 한 약사가 청원한 내용으로 아는데, 대통령부터 장관들까지 아무도 아이디어 출처는 언급하지 않고 대단한 묘책인양 소개하고 있다”며 “약국 현실을 얼마나 반영했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단골 챙기기가 지양되고 DUR을 개선해 약국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판매한다 해도, 개인 입장에서는 수량이 남은 곳을 찾아다니기 위해 뛰어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문제만 해결된다면, 청와대에 올라온 다른 청원대로 주민센터를 통해 수량을 일원화하는 방안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호·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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