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책 없는 ‘공수처 전관예우’ 논란…준비단은 의제 미정
뉴스종합| 2020-03-16 09:57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남기명 단장(오른쪽)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법원, 검찰의 전관예우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작 자신들에 대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나 검사와 같이 관련 내규를 통해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공수처 준비단 참석자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공수처 설립준비단 첫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공식 약칭을 ‘공수처’로 확정했다. 준비단은 차기 회의에서 주요 의제를 설명하고 자문위의 조언이 필요한 1000여개의 관련 법령 등을 정비해나갈 방침이다.

현재 9명의 자문위원과 법무부·행정안전부·법제처 등 파견단원 20명으로 구성된 준비단이 꼽고 있는 주요 현안은 공수처장 인선에 집중돼 있다. 준비단 소식에 밝은 한 변호사는 “당장 7월 15일 공수처가 발족되기 때문에 공수처장 인선절차가 훨씬 이전에 확정돼야 한다”며 “자문위도 공수처 구성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수처장의 인선과 권한에 대해 협의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 준비단은 최근 남기명 단장의 하나은행 사외이사 겸직 논란이 일었지만, 이 문제는 아직 현안이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수처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령 논의도 우선순위에 상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에 3회 연임을 할 수 있다”며 “공수처 경험으로 특수수사 전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 검사는 25명으로 희소한 데다 한번(3년) 근무해도 특별수사 전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형로펌이 탐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공수처는 당초 판사와 검사들의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공수처가 전관예우를 근절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작 공수처 자체의 전관예우 방지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판·검사 등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법원과 대검의 윤리강령 외에 변호사법 제31조의 수임제한 규정과 공직자윤리법이 있다. 변호사법 제31조 3항은 공직퇴직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대법관과 법원장,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 간부 등은 퇴임 후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의 로펌에 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직자 윤리법이나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는 결국 국회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 개정작업은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공수처 내부 법령부터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문위 소식에 밝은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가 아직 출범하지 않았고, 공수처 직원의 임기도 3년이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전관예우 문제는 나중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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