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석 미로 대표 인터뷰
2018년 ‘라스트오더’ 모바일앱 개발
당일 소진 못한 제품 ‘할인판매 정보’ 제공
가맹점 5000개…서울·경기 등 서비스 확대
음식점 손실 줄이고 소비자 부담 낮추고
대형마트·편의점·백화점 등 제휴 박차
상품 다양화로 일상속 ‘데일리 앱’ 목표
매일 밤 전국의 식당은 그날 팔지 못한 음식들을 폐기하는 것으로 하루 장사를 마감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품코너의 멀쩡한 음식들도 폐점 시간이 지나면 같은 처지가 된다. 이렇게 하루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만 약 1만5000톤(t). 4톤 트럭으로 3750대 분량에 달한다.
오경석 미로 대표는 마감 시간을 앞두고 폐기될 운명에 처한 음식들을 구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라스트오더’라는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라스트오더는 동네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에서 당일 소진하지 못한 제품들의 할인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일종의 ‘마감할인’ 개념이다. 앱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한 뒤 직접 매장에 가서 먹거나 포장해서 가져올 수 있다.
오 대표는 “셰프들을 상대로 직접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남는 음식을 할인을 해서라도 팔고 싶지만 마땅한 창구가 없어 고민’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거기서 러스트오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여 음식점 손실도 줄이고, 소비자의 부담도 낮추고, 나아가 환경오염까지 최소화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라스트오더는 탄생했다.
사업 초기 오 대표는 서울 관악구를 직접 돌며 가맹점 확보를 위해 발품을 팔았다. 마감할인을 낯설어하는 음식점 사장님들을 이해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오 대표는 “배달앱이었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유사 사업모델이 없었고, 마감할인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아 ‘사장님 허들’을 넘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라스트오더는 국내 마감할인 시장을 구축한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50개 매장으로 시작한 가맹점은 현재 5000개로 늘어났다. 서비스 지역도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해 경기 수원, 부천, 성남, 평택 등지로 계속 넓혀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20% 할인한다면 라스트오더는 30% 이상의 할인율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매일 재고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던 점주들과 퇴근시간대 저렴한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면서 라스트오더의 인지도는 빠르게 높아졌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라스트오더를 통해 음식물 폐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것도 확인하고 있다. 가령 소비자가 마감할인이 적용된 치즈케잌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커피를 정가에 추가 구매하는 식이다.
동네식당과 카페를 넘어 최근 편의점 세븐일레븐, 롯데백화점 등과도 제휴하면서 미로의 성장세는 더욱 빨리지고 있다. 지난 달부터 세븐일레븐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가격에 판매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서울, 경기에 집중됐던 서비스 지역도 전국 편의점으로 확장됐다.
오 대표는 “한 달 매출건수만 보면 (편의점 제휴) 전보다 4~5배 가량 올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집 앞 편의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퓨전유부초밥과 컵샐러드 매장 음식을 오후 5시부터 할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오 대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당일 음식이 남으면 무조건 버려야 한다. 편의점도 제품 폐기비용으로만 한 해 900억원이 나간다. 그러다보니 우리 서비스에 대한 대형사들의 니즈가 강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CU 등 기타 편의점 업체와 대형마트, 백화점들이 줄줄이 라스트오더와 손을 잡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식품 유통회사들과 계속 논의 중이다. 편의점의 경우 아직 서비스 상품군이 적다. 앞으로 품목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라스트오더의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라스트오더는 여기에 택배 배송서비스도 도입했다.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못난이 과일’이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업체에 납품이 안 되는 가공식품을 라스트오더로 팔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산지나 공장에서 직배송하는 식이다. 폐기될 위기에 처했던 이들 상품은 라스트오더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대박 상품으로 거듭났다.
오뚜기의 경우 유통기한 3개월 미만의 카레는 B2B(기업간 거래) 납품이 안 돼 그동안 재고로 떠안아야 했는데 라스트오더를 통해 전량을 소진시키며 부담을 덜었다. 라스트오더의 마감할인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면서 기업들의 판매요청 품목도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오 대표는 기업들과의 제휴로 시장을 선점한 것이 라스트오더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달 시장은 한 가맹점이 여러 배달앱과 제휴가 가능하지만 마감할인의 경우 불가능하다. 실시간 재고 상황을 복수의 서비스에 연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가맹점과 제휴한 업체가 독점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라스트오더는 가맹점들과 전용 라인을 구축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저녁시간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즐겨찾는 데일리 앱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음식을 넘어 향후 상품 서비스를 다양화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정가 상품도 결제할 수 있는 스마트오더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배달과 연계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며 “트래픽만 유지된다면 마감할인 항공권이나 마감할인 티켓도 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스트오더가 구축한 마감할인 문화를 해외로 확장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오 대표는 “중화권 쪽엔 아직 이런 서비스가 없다. 사실상 아시아권에는 라스트오더가 처음이다. 중화권은 뷔페식 문화가 많은 만큼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성급하게 확장하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음식을 포함한 모든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는다는 애초의 사업 목표를 계속 지켜나가는 선에서 사업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성급하게 나서면 우리가 추구해온 환경적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 누구나 마감할인하면 라스트오더를 떠올리고 브랜드 콘셉트가 명확해질 때 비로소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유통기한 식품들을 중심으로 마감할인 시장의 규모를 키운 다음 음식 외에 다양한 카테고리의 할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