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종합기술원 방문
삼성, 세계 최초 EUV 기술 적용
모듈 100만개 고객 평가 완료
반도체 미세공정에 새 패러다임
평택 D램 EUV 라인 연내 가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25일 오전 수원에 위치한 삼성종합기술원(종기원)을 전격적으로 찾아 초유의 위기 환경 속에서 삼성의 철저한 미래 준비를 주문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 연구개발(R&D)의 핵심 기지’를 찾은 것은 ‘미래 먹거리’로 일컬어지는 신기술 및 신사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챙겨 위기를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벌이는 기회로 삼겠다는 ‘초격차 전략’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런 전략에 따라 이 부회장이 종기원을 찾은 이날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에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시스템반도체가 중심인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분야에서 EUV 공정을 적용한 양산 제품은 있었지만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장, 강호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 곽진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장 등이 배석했다. 간담회는 ▷차세대 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양자 컴퓨팅 기술 ▷미래 보안기술 ▷반도체/디스플레이/전지 등의 혁신 소재 등 선행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밖에도 ▷사회적 난제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미세먼지 연구소의 추진 전략 등도 살펴봤다.
이 가운데서도 이 부회장은 평소 인공지능, 5G, 자율주행 분야의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EUV 기술’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챙겨 왔다.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당시 EUV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갔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도 화성 반도체연구소와 세계 첫 EUV 전용 생산기지인 V1라인을 방문해 개발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사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EUV 공정 기술 기반의 사업 성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EUV 공정을 적용해 생산한 1세대(1x) 10나노급(1나노=10억분의 1미터) DDR4(Double Data Rate 4) D램 모듈 100만개 이상을 공급해 글로벌 고객의 평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 최초로 차세대 D램 제품에 ‘EUV 공정’을 적용하는 회사가 됐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를 돌파할 채비를 갖추고 D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할수록 전력 소모가 줄고, 생산성이 좋아진다.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불화아르곤(ArF)보다 파장이 짧은 광원을 사용해 보다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또 한 차례의 반도체 공정 혁신이 이뤄진 이날 이 부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라며 “한계에 부딪쳤다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EUV 공정으로 14나노 초반대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 기술’을 개발 중이다. 향후 차세대 제품의 품질과 수율도 기존 공정 제품 이상으로 향상시킬 예정이다.
EUV를 이용해 만든 4세대 10나노급(1a) D램은 1세대 10나노급(1x) D램보다도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을 2배 높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내년에 성능과 용량을 더욱 높인 4세대 10나노급(1a) D램(DDR5, LPDDR5)을 양산하고 5세대, 6세대 D램도 선행 개발해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평택 신규 라인을 가동함으로써 증가하는 차세대 프리미엄 D램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순식·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