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MA ‘코로나 글로벌 영향·대응’ 포럼
6월까지 수요절벽…이후 폭증 우려
매출액 감소 91.5%…자금조달 부담
재난대응 특별법 제정 건의도
“해외공장 500만대 생산이 60만대로 줄면서 중소협력업체가 줄도산에 직면했다.” “코로나19가 여름까지 이어진다면 주요 국가의 역성장이 국내로 전이될 수 있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대회의실에 모인 각종 협회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국내 산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한 세제 지원과 내수 촉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KAMA는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영향 및 대응’이란 주제로 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견기업연합회를 비롯해 중견기업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철강협회 등 26개 기관이 참석했다.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는 포럼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 감소와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0.5%, 산업 생산은 13.5%로 크게 줄었다”면서 “자택 대피령이 시행 중인 유럽과 미국의 수요 감소에 따른 충격파는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3.0%의 3분의 2 수준인 2.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여름까지 이어진다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의 역성장이 가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왔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은 공급망 붕괴와 생산 차질의 수준을 넘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며 “4~6월 수요절벽 이후 대기수요 등으로 수요가 폭증하면 국내 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긴급 설문 결과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기업이 어렵다’는 응답이 94.7%에 달했다. ‘수요 위축에 따른 매출액 감소’도 91.5%로 나타났다. 건의사항에는 ‘자금조달 애로(36.6%)’, ‘방역물품 부족(32.4%)’, ‘해외 공장의 불안정한 가동 상태(11.3%)’ 등이 포함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정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송착석 숭실대 교수는 “재고부담 증가와 근로시간 조정 등 통상적인 리스크 관리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 산업 재편의 주도권 경쟁으로 연결될 수 있어 양국 관계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정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V자형 회복보다 L자형 장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2008년 양적완화 후유증과 2010년대 무역전쟁처럼 단기간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최희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비상경제 시국에도 대·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선벽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협력사의 개발비·납품대금 조기 지급과 2·3차 업체의 안정적인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가칭 ‘재난대응 특별노동조치법’ 재정을 건의했다. 재난기간을 정해 주당 52시간 근로규제 적용을 배제하고, 파견 및 대체근로를 대폭 허용해 수요 촉증에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우리 자동차 기업의 해외공장이 연쇄적으로 폐쇄되면서 500만대 생산 공장 중 겨우 60만대 수준만 정상 생산되는 상황”이라며 “대기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에 공장 가동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선점을 중국기업에 뺏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