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신규 확진자 100명 중 51명이 해외유입
의료계 "입국자 격리대상 확대 필요, 검사는 유증상자부터"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가 27일부터 미국발(發)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유럽발 항공기 승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국내 발생보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역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5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 100명 중 51명이 해외유입 환자였다. 유럽 입국자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주 18명(미국 13명), 중국 외 아시아 4명 등이었다. 이 중 내국인은 44명, 외국인은 7명이다.
반면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는 49명이다. 해외유입 환자가 국내 환자를 역전한 것이다.
해외유입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환자는 18명이었지만, 24일 25명, 25일 51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유입 확진자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말 중국에서 3명이 유입된 것을 시작으로 3월 초까지 매주 2~7명 정도의 환자가 나왔다. 그러다 3월 중순부터 해외유입 환자가 늘면서 11주차 18명, 12주차 88명, 그리고 13주차에는 90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초반에는 중국 및 아시아 지역 유입 환자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유럽이나 미주 유입 환자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해외유입 환자가 계속 증가하자 의료계에서는 유럽, 미국 외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도 2주간 격리를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특정 국가와 대륙을 선별해 검역을 강화하면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는 검역 대상을 나라로 구별하면 안 된다”며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는 게 현재로서 최선의 조치”라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도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어떤 나라에 환자가 많고 적은지 단언하기 어렵게 됐다”며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등 조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유증상자에 대한 진단검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국내 방역체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떤 감염병도 발병 전 단계에서는 걸러낼 수 없으므로 무증상자까지 일괄적으로 모두 다 검사하는 게 맞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만약 검사를 한다면 차라리 사회로 복귀하기 직전인 격리 해제 시점에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험도를 평가해 검역 강화 대상 국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전원 진단검사를 하고, 미국발 입국자의 경우 27일부터 유증상자는 진단검사,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강제하기로 했다. 그 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는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모든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제한된 의료자원이기에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그에 적절한 방역 대책을 수정 및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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