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헤럴드포럼] ‘K-방역’과 ‘K-무역’
뉴스종합| 2020-03-30 11:27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미국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의 판박이 같은 삶을 대표 사례로 꼽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어쩌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기보다 우연의 일치에 가까운 이 이론을 떠올렸다.

실제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지역별로 약간의 시차만 있을 뿐 중국과 한국, 유럽, 미국 등 놀랄 만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덕분에 인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 어느 때보다 유사한 생활권역을 공유하게 됐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동질적인 삶은 전 세계를 거의 동시 다발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인류는 이웃이 겪는 불행과 슬픔이 나와 내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경기 침체가 위협하는 생존의 무게를 똑같이 견뎌야 하는 것이다.

경제선진국도 그럴진대 한국 역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대처법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한국의 신속한 검사와 진단기술, ‘드라이브스루’와 같은 뛰어난 현장 적응능력,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 참여와 사재기 자제를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지역 봉쇄를 강제하기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반을 둔 이동 자제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는 모습에 놀라움과 찬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로부터 각광받는 ‘K-방역’은 우리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다. 수십년간의 남북 대치 국면과 외환위기, 메르스 사태 등 거대 사건을 연거푸 견뎌낸 우리 국민은 산전수전 다 겪은 현자의 태도로 전염병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K-방역 노력이 경제까지 방역해줄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경제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퍼펙트 스톰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무역 의존도가 64%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이 바이어를 만나는 주요 수단인 국내외 전시회와 상담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해외 마케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무역협회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격주로 ‘온라인 화상 수출 상담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업체들의 호응이 높다.

지난 2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차 화상 수출 상담회에는 징둥, 사사코스메틱 등 11개국 28개 빅바이어와 우리 기업 40여개사가 열띤 상담을 진행했다.

전 세계 185만여 바이어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기업간(B2B) 온라인 수출 플랫폼 트레이드코리아도 지난 2월 전담 인력을 늘리고 수출기업 매칭, 통번역, 계약협상 지원 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지구촌 시민들이 유사한 운명에 노출되면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국경의 문을 걸어 잠그고 교류를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석학들은 진정한 위기는 전염병이 아니라 고립과 비협조, 폐쇄적 태도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평행이론을 무력화하는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K-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특히 우리 무역인들은 전염병이 불러온 비상상황에 끈질기게 맞서면서 세계 국경의 문이 다시 열릴 시점에 대비함으로써 K-방역에 걸맞은 교류와 협력으로 대표되는 K-무역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전무 겸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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