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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3연속 폭풍버디…김아림 ‘메이저퀸’
엔터테인먼트| 2020-12-15 11:31
김아림이 14일(현지시간) US여자오픈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AP]
김아림이 14일(현지시간)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 18번홀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호쾌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

16번(파3)·17번(파4)·18번홀(파4), 마지막 3개 홀에서 폭풍같은 버디쇼가 펼쳐졌다. 승부를 가른 건 마지막 18번홀. 3번 우드로 티샷한 공을 페어웨이 가운데로 보냈고 세컨샷은 48도 웨지로 홀 3m 지점에 떨궜다. 버디 퍼트가 홀컵으로 떨어지자 주먹을 불끈 쥐며 특유의 호쾌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1타차 단독선두로 올라서며 대역전극을 알린 피날레였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장타여왕’ 김아림(25)이 미 여자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US여자오픈서 마지막날 버디 6개를 골라내고 보기는 2개로 막아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원).

한국 선수로는 11번째 US여자오픈 정상이다. 박인비(32)가 2008년과 2013년 두차례 우승하는 등 ‘한국인 우승 텃밭’ US여자오픈을 제패한 한국 선수는 김아림을 포함해 10명이 됐다.

US여자오픈에 첫 출전해 우승한 선수만 따지면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에 이어 역대 5번째다. 또 마지막날 5타차 역전우승은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6명만 보유하고 있던 US오픈 최다 타수차 타이기록이다.

김아림은 이날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지난주 94위에서 무려 64계단이 오른 3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US여자오픈에서 세계랭킹 94위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역대 최저 랭킹 우승 기록이다.

김아림은 인터뷰에서 “우승한 게 실감나지 않는다. 얼떨떨하다”면서도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 공격적으로 해야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며 당찬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는 김아림은 어렸을 때부터 소렌스탐을 너무 좋아했다며 “오늘의 내 플레이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희망이 되고 좋은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날 우승으로 내년부터 LPGA투어 출전 자격을 얻은 김아림은 “미국 진출 여부는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악천후로 현지 시각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펼쳐진 최종 라운드에서 세계랭킹 94위 김아림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김아림은 초반부터 긴 퍼팅을 홀컵에 잘 떨어뜨리며 5번(파5), 6번(파4), 8번홀(파3) 버디로 역전극의 발판을 만들었다. 10번(파4), 11번홀(파4) 보기로 주춤한 김아림은 16홀(파3) 1m 버디로 선두 에이미 올슨(미국)에 1타차로 따라붙었고 17번홀 버디로 공동선두로 올라선 뒤 18번홀에서 3m 내리막 버디로 1타차 선두로 대회를 마쳤다. 16번홀 보기를 적어낸 올슨이 우승을 위해 이글이 필요했던 18번홀서 두번째 샷을 홀 4m 지점에 떨어뜨리자 김아림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틀 전 시아버지가 타계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상심이 컸던 올슨은 경기 내내 침울한 표정으로 버텼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함께 1타차 공동 2위(2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선전에 힘입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자격을 확보했다.

박인비와 디펜딩챔피언 이정은이 공동 6위(2오버파 286타)에 올랐고, 3타차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섰던 김지영은 9타를 잃어 공동 30위(8오버파 292타)에 그쳤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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