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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용팔이 때문에 못 살겠다 ㅠㅠ”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까닭! [IT선빵!]
뉴스종합| 2020-12-17 13:47
용산전자상가 한 매장에 쌓여있는 NVIDIA의 RTX3080 [출처=FM코리아]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용팔이’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청와대에서 해결 안 되나요?”

일부 용산전자상가 판매점의 그래픽카드(RTX3080) 매점매석 폭리를 해결해달라며 청와대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용산 일부 매점매석 상인(용팔이)의 사재기 폭리에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50만원 이상 비싸게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NVIDIA)의 그래픽카드 RTX3080 제조사 중 한 곳인 에이수스(ASUS)가 쿠팡 등 오픈마켓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용산 일부 상인들이 사재기까지 불사하며 싹쓸이, 되파는 방식으로 여전히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RTX3080/3090 그래픽카드의 불합리한 현금 되팔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라고 소개한 이 작성자는 RTX3080 그래픽카드가 불공정한 방법이나 업체 단합으로 기업이 정한 권장소비자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막아달라 호소했다.

용산전자상가 일부 판매점의 횡포를 막아달란 청원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몇 년째 유사한 내용의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 열풍으로 그래픽카드 수요가 폭증하던 시기엔 청원글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지만, 바가지 가격은 3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오픈마켓,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 상에선 용산전자상가 판매점발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90만원대에 출시된 ASUS의 TUF Gaming 지포스 RTX3080은 중고거래사이트에서 115만원 안팎에 가격이 형성됐고, 오픈마켓에선 아예 씨가 말랐다. MSI, 기가바이트, 이엠텍 등 다른 제조사의 RTX3080도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50만원 이상 판매되는 상황이다. 일부 제품은 1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220만원 상당에 올라왔다.

한 소비자는 “운 좋게 100만원 미만의 제품을 발견해도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한 중고거래장터에서 RTX3080을 95만원에 내놓은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수를 탄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당 판매의 고리를 끊으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ASUS가 제조하는 RTX3080의 한국 총판업체 인택엔컴퍼니는 RTX3080을 용산 도소매업자들이 아닌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만 유통한 바 있다.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던 용산전자상가 중심의 국내 컴퓨터부품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단 취지였다. 이후 기가바이트 등 다른 제조사들도 오픈마켓에 제품을 넘기거나 가격을 하향조정하며 가격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자 용산전자상가 일부 상인들은 물량을 사재기해 웃돈을 붙여 되팔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매크로(반복 작업을 하는 자동화 프로그램)를 돌렸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현재로선 매점매석을 막을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매점매석과 관련된 법률인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7조를 보면, ‘기획재정부장관이 물가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해 매점매석행위로 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2014년 지정된 담배, 2016년 지정된 빈용기, 올해 초 지정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매점매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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