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진자 10만명 돌파한 지 1주일
벼랑끝 보건소 공무원…‘번아웃’ 지속
인력 파견 대책…임시방편 불과 지적
전문가 “코로나, 독감처럼 관리 필요”
“보건소, 고위험군 위주로 관리해야”
지난 23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직원들이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가정에 지급할 건강관리세트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과로로 나흘간 의식을 잃은 용인시 보건소 공무원, 격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전북 전주시청 공무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곧 20만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지만 관련업무를 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과로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보건소가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고위험자 관리와 행정 지원이라는 본래 기능으로 돌아갈 때라고 입을 모은다.
2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16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등의 영향으로 2년 전 신규 확진자 수가 207명이었던 것에 비해 800배 넘게 폭증했다. 보건소를 포함한 방역 현장에서는 고위험군 위주 PCR(유전자증폭) 검사와 재택치료 체계 개편 등이 이뤄졌으나 증가세를 소화하지 못한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상태다.
이날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소는 현재 검사뿐만 아니라 방역물품 재고 파악, 해외 입국자 격리 안내·차량 지원, 격리통지서 문의 등 행정과 의료활동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강원도 소재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20대 공무원 A씨는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늦게는 (오후) 11시에 퇴근한다”며 “퇴근 후에도 재택치료자 중 응급상황이 벌어질까 긴장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A씨는 “이쪽엔 배달업체가 없어 직원들이 1인·노인가구 물품을 퀵서비스로 챙기거나 약 배달도 직접 한다”며 “역학조사가 간소화됐지만 미기재된 항목이 있으면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휴직·사직자가 늘어난 것도 부담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중 휴직·사직자는 2017년 564명에서 2020년 945명으로, 67.6% 늘어난 상태다.
지난 23일 오전 광주 북구 상시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가득 쌓인 코로나19 검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 |
이런 상황에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보건소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파견은 이 시간만 넘기면 된다는 걸 전제로 방식이다. 인력을 유연하게 배치하는 게 아니라 잔무를 줄이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확진자 폭증은 코로나19 초기와는 또 다른 국면”이라며 “‘다들 힘들다’면서 휴식 없는 과로 상황을 경시하는 건 총알 없는 군인을 전쟁터에 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방역전문가들은 보건소의 선별검사 기능을 최소화하고 민간에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일상적으로 진료하는 체계로 돌입할 때라고 지적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위드코로나’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다루는 의료 체계 정상화를 진작부터 준비하고 실행했어야 한다”며 “보건소가 코로나19 진료, 환자 상담, 처방까지 하는 지금 형태는 역량에 비해 과도한 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를 세는 것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환자들이 누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약 처방 병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여전히 혼란을 느낀다”며 “보건소는 환자들이 24시간 병원과 연결되도록 지원하고 고위험환자 관리 쪽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업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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