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주춤한 사이 말폭탄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올해 극초음속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급기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아올리며 한반도 긴장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는 지난달 24일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대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앞세운 대남 비방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부부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의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시 원점과 지휘부 정밀타격 발언을 ‘선제타격 망발’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그는 2차례 담화에서 ‘남조선’은 주적이 아니며 같은 민족이기에 싸우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핵 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은 객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측이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대결을 선택한다면 부득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남측을 향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박정천 당비서 역시 담화를 통해 남측의 선제타격 등 군사적 행동 시 서울의 주요 표적과 남조선군 괴멸에 나설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 부부장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는 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북한의 말폭탄은 김 부부장 담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까지도 하루가 멀다고 서 장관을 겨냥해 ‘머저리’ ‘정신병자’ ‘천치바보’ ‘비루먹은 개’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미 최고지도부가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 등 낯뜨거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니 혀를 찰 노릇도 아니다. 북한의 말폭탄이 표면적으로는 서 장관을 향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선제타격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선제타격밖에 방법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쯤에서 과연 한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지휘부의 결심과 무기 체계 및 수단은 차치하더라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없는 상태에서 선제타격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윤 당선인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북한 핵·미사일능력 고도화에 따라 10여년 만에 연합작전계획(작계)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한 데 따라 전략기획지시(SPD)에 합의하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작계 작성에 착수한 것인데 전작권 전환은 물 건너갔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찬반 여부를 떠나 선제타격은 한·미 동맹에서부터 풀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 가능한 ICBM을 쏘아올린 뒤 미국은 한국의 맞대응 실사격훈련에 동참하지 않았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과 미사일방어 강화 등 공약을 거론하며 미국과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말폭탄보다 미국의 이런 행보가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면 과민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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