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크루그먼의 반성문 “인플레 없을 것, 내가 틀렸다”
뉴스종합| 2022-07-22 11:30

세계적인 경제석학이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사진) 뉴욕시립대 교수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예상이 틀렸다고 공식 인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나는 틀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작년 초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바로잡았다.

당시 그는 1조9000억 달러(약 2498조 원) 규모의 부양책이 1970년대 같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 이유는 미국인들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더라도 곧바로 소비하는 것보다는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금은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그는 또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되더라도 물가가 급격하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과거 사례에 비춰 고용과 물가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의 예측과는 달리 미국은 4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기고에서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에 과거의 경제 모델을 대입한 것이 문제였다고 오류를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과거 경제모델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작년에도 과거 경제모델을 적용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안전한 예측은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글로벌 공급체인을 흔든데다가 이민자의 감소와 조기퇴직 등으로 인한 노동의 감소가 경제의 생산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가 가계의 소비패턴도 변화시켰다고 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 탓에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상품 구매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물가를 자극했다는 것이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그는 과거 사례에 비해 지난해 경기가 훨씬 과열됐다는 점도 기존 모델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크루그먼 교수는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선 “많은 경제전문가가 이미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거나, 꺾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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