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태생부터 ‘숙명’이었던 회장들…10년 부회장 이재용 ‘회장’ 타이틀 달다 [비즈360]
뉴스종합| 2022-10-27 07:35
삼성바이오로직스 제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나는 아버지 무릎에서 크면서부터 보고 알아왔습니다. 나와 회사는 똑같은 전쟁둥이요 창업둥이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같아 내 평생이 곧 회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생으로 올해 만 70세다. 한화그룹도 1952년 창립돼 이달 9일자로 70주년을 맞았다. 김 회장은 한국전쟁 기간 한국화약이 설립된 해에 태어났다. 김 회장이 한화그룹과 자신을 전쟁둥이와 창업둥이로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9세의 나이에 회장에 올라 그룹을 이끌어 온 지도 어느덧 40년을 넘겼다. 김 회장은 70주년을 맞아 “어제의 한화를 경계하고 늘 새로워질 것”을 강조했다. 70의 나이에도 혁신을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김승연 회장은 창립 70주년 기념사를 임직원들에게 직접 발표했다 [한화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60년생으로 지난 13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과 한평생을 살아 왔다. 최 회장은 “제가 62살로 SK이노베이션이 2살 더 어리다”며 “60년 동안 성장해나갈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진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도 자신과 SK이노베이션이 보내온 시간을 같은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실제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던 1998년 당시는 유공에서 SK로 CI 체계가 바뀐 직후로 그룹이 새롭게 재탄생한 시기였다. 이후 SK에너지의 신설과 SK이노베이션으로의 사명 변경까지 동일 시대를 살아온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와 완벽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967년 현대자동차주식회사 설립 후 3년 뒤인 1970년에 태어났다. 정 회장이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첫발을 들였던 1999년에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SUV 싼타페’가 첫 공개됐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 자동차 전문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출범했다.

정 회장 역시 현대차와 같은 시간을 살아오며 탁월한 리더십을 길러 왔다. 지난 14일은 정 회장 취임 2주년이었다. 2년 동안 정 회장은 12년간 글로벌 차 판매량 5위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을 3위 기업으로 키웠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정 회장을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삼성전자와 운명을 같이 한다. 이 회장이 태어난 1968년은 선대회장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한 해 이기도 하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에 새 전기가 필요하던 당시 용인자연농원에서 신사업을 구상한 끝에 전자산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이재용 회장도 태생부터 삼성전자와 ‘공동운명체’였다.

현재 회장들은 사실상 그룹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소유’의 인식이 아니라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숙명’에 더 가깝다.

이재용 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을 유지해온 지 만 10년 만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현재 삼성에는 위기와 기회 모두가 놓여 있다. 내년은 삼성의 신경영 선언 30년, 반도체 사업 진출 40년이 되는 해다. 고비 때마다 비장의 무기를 던졌던 삼성이다. 이 회장이 던질 초격차 승부수와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의 숙명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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