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2023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
권태신 부회장 “마땅한 거시정책 카드 없어”
조동철 전 금통위원 “한은, 내년 전망치 1%대로 낮출 것”
석유·화학 ‘흐림’, 반도체·자동차·철강 ‘구름’
조선·기계만 ‘맑음’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통화긴축 영향으로 내년도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성장엔진인 수출동력이 약화되면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산업별로는 조선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황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수출감소·소비둔화·금리인상·원화약세 등 악재 곳곳=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격랑의 한국경제, 전망과 진단’이라는 주제로 ‘2023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국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과다한 민간부채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지출을 늘리기에는 재정 건전성이 문제고,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도 안되기 때문에 거시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해법은 불합리한 규제 혁파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도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주제발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들이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어 코로나19 이후 수출 위주의 회복세를 보인 한국경제에 좋지 않은 여건”이라며 “한은이 발표한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8월)는 현재 2.1%이나, 전망치를 1%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 요인으로 ▷수출 증가세 축소 ▷가계부채 부실화에 따른 민간소비 둔화를 꼽았다. 수출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증가율이 상당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민간소비는 “코로나19 방역완화 등 긍정 요인이 있으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들의 한계상황 직면, 주택가격 조정 등 리스크 요인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와 환율 전망’ 발제는 박석길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맡았다.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그는 “내년 초 미국 정책금리 상단은 4.75%, 한국 기준금리는 3.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원화 가치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는 “미국이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은도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 차이를 방지하기 위해 11월부터 향후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주요 교역국의 통화 약세가 지속되고 무역수지의 회복 속도도 더딜 것으로 보여,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원화 가치가 약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5대 산업 ‘1강·3중·1약’ 전망=이날 세미나에서는 ▷조선·기계(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반도체(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 ▷자동차·차부품(김준성 메리츠증권 수석연구원) ▷철강(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 ▷석유화학·석유제품(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 등 5대 산업에 대한 전망도 이뤄졌는데, ‘1강(조선·기계)·3중(반도체·자동차·철강)·1약(석유화학)’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산업은 소비자용 시장수요 부진 및 수요처들의 재고 조정 여파로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데, 서버 수요 역시 약세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이 전망됐다. 그 영향으로 내년 메모리 반도체인 D램·낸드플래시는 공급업체들이 보수적으로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이며 D램은 내년 하반기, 낸드는 내년 2분기 중 업황이 바닥을 찍고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2년간 반도체 공급 부족 및 누적 대기수요로 낮은 재고·인센티브 수혜를 봤다. 하지만 내년에는 자동차 생산이 정상화하는 가운데 소비 위축으로 자동차 수요가 하향 정체함에 따라 재고·인센티브가 상승하고 업종 손익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내년은 미국 테슬라가 자율주행시스템(HW 4.0) 도입 및 새로운 인공지능 발전을 예고하는 등 기술 진화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완성차 업계의 전략적 기술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업은 자동차 생산 증가 및 선박 건조 확대로 자동차, 조선의 수요 호조가 기대되는 반면 주택거래 위축 및 경기침체 우려로 건설, 가전 등의 수요 부진이 예상된다. 이에 국내 철강 수요는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중국의 공급 증가가 겹치는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업은 카타르 잔여물량 및 모잠비크 프로젝트 등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에 따른 신조선가 상승이 2분기까지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내년 3분기부터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 회복 및 중국 정유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른 탱커 발주 재개에 힘입어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기계업종은 러·우크라이나 전쟁발 군비 증강 기조 및 건설 수주 증가에 따른 방위산업 및 전력기기 수주 확대가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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