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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칼럼] 식품수출강국 이끈 네덜란드의 노하우
뉴스종합| 2023-05-01 11:10

지난해 네덜란드의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4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5조원을 기록했다. 연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면적이 우리나라의 40%, 인구는 34%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어떻게 세계적인 수출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가 농수산식품 수출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수출의 특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네덜란드는 ‘재수출’의 비중이 높다. 농식품 수출 가운데 네덜란드 내부 수출이 65%, 해외에서 수입한 원재료를 가공해 수출한 비중이 35%를 차지한다. 전체 농식품 수출의 3분의 1 이상이 ‘수입-가공처리-재수출’로 이어지는 중계무역인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농수산식품 수입 규모도 연간 1000억달러가 넘는다. 해외에서 여러 신선 농수축산물을 수입해서 가공 처리해 다시 수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수산식품 수출이 해마다 증가 추세지만 갈수록 농지가 줄어들고 농촌인구 고령화에 최근 몇 년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 심화로 인한 농업생산성 하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농수산식품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낙담하거나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자급률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면서 동시에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신선품목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농수산식품으로 가공 처리해서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국내 농어가의 판로도 확대할 수 있다.

둘째, 인근 국가로의 수출이 많다. 네덜란드 농식품이 많이 수출되는 곳은 독일, 벨기에,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순이다.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 모두 가까운 유럽 국가들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주요 하천과 북해를 잇는 경유지로서 무역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콜드체인 등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 항만 배후단지를 발전시킨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이를 뒷받침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있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시장 규모는 유럽보다 훨씬 크다. 물류·저장시설과 식품 가공공장이 집적된 항만 비축기지를 건설한다면 인근 국가로의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전략이다.

셋째, 상품뿐만 아니라 기술도 수출한다. 네덜란드의 자동화기술기업 프리바(Priva)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스마트팜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식품 생산, 포장, 물류와 관련된 기술수출도 활발하다. 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과학기술을 통해 농식품산업을 육성했으며, 최근에는 푸드테크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첨단 기술이 요구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은 영토가 없다. 전 세계가 우리 과학기술의 영토다. 푸드테크를 통해 농수산식품 분야에서 지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120억달러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아직 10분의 1 수준이지만 장기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긴다면 ‘수출 1000억달러’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네덜란드는 ‘낮은(Neder) 땅(Lands)’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영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비상한 네덜란드처럼 우리 농수산식품도 수출을 통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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