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스코 특허기술 도용한 장비 수출하려한 일당 5명 검거…장비 압수·검찰 송치
노시교 인천세관 조사국장이 31일 서울세관에서 첨단기술 해외유출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대전)= 이권형기자] 관세청(청장 윤태식)은 국정원에서 입수한 정보를 활용해 국가 첨단기술인 강판 도금량 제어장비(이하 ‘에어나이프’, Air-Knife) 기술을 도용해 관련 장비를 제작한 후 이를 해외로 수출하려던 업체 대표 등 5명을 특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에어나이프는 용융 알루미늄이나 아연을 도금한 강판에 가스를 분사해 도금량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장비로, 도금강판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설비다.
관세청은 지난 7월 ‘기술유출 범죄 전담 수사팀’을 설치하고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기술유출 범죄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관세청 최초의 첨단기술 해외 유출 적발 첫 사례다.
이들 일당은 ㈜포스코가 특허 등록하고 국가 첨단기술로 지정돼 있는 도금량 제어장비 기술을 도용하여 제작한 에어나이프 7대(58억 원 규모)를 해외에 수출 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범 A씨는 ㈜포스코 협력업체 ‘ㄱ’사에서 해외 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하던 중 퇴사하고 ‘ㄴ’사를 따로 설립했다.
이후 ‘ㄱ’사에서 에어나이프 도면 제작자로 같이 근무하던 B씨를 영입하여 ㈜포스코의 특허 기술을 도용한 에어나이프 4대를 제작한 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제 3국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B씨가 ‘ㄴ’사에서 퇴사해 에어나이프를 직접 제작할 수 없게 되자, A씨는 ㈜포스코 특허 등록 에어나이프 개발자인 C씨를 부사장으로 채용해 일부 구조만 변경한 에어나이프 3대를 다시 제작, 제 3국으로 수출하려 한 혐의다.
인천세관 수사팀은 지난 2022년 9월경 국정원(산업기밀보호센터)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특허 기술을 도용해 제작된 에어나이프가 해외로 수출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즉시 조사에 착수, ‘ㄴ’사가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세관에 신고(2022.11월)한 에어나이프 3대(시가 23억원)를 선적 전에 검사해 특허권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수출 당시에는 물품명을 ‘에어나이프 시스템’이라고 세관에 수출 신고했으나 향후 특허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2021년 수출 시에는 ‘코팅장비’로 물품명을 위장해 신고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2022년 11월 수출하려던 에어나이프가 세관 검사에 지정되자, 세관의 수사를 예상하고 회사 내 자료저장장치를 폐기하거나 제작도면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하지만 인천세관 수사팀은 ㈜포스코 직원들의 협조로 특허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혐의업체 본사, 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혐의자들의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서 도면 등 관련 자료를 추출함으로써 핵심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특허침해 물품이 수출되기 직전에 장비를 압수하여 국가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을 사전 차단함으로써 국내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해외 경쟁업체의 부당이득 획득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번에 압수된 에어나이프 3대가 수출됐다면 해외 철강사는 5년간 최대 6600억원 상당(업계 추산)의 부당이득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최근 글로벌 패권경쟁의 핵심요소인 첨단기술에 대한 주도권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 방지를 위해 수출입 단계에서의 단속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나라 선도기술 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조선, 철강 분야 등에서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세청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국정원, 특허청 등 관계기관과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기술유출 범죄에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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