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SJ이노테크, 10년 걸친 기술분쟁 소송
항고 기각, 지난해 3월 대법원 한화 무혐의로 종결
민사 대법원 판결만 앞둬
재판 과정 대기업 부정적 이미지 우려
“대중소기업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세심한 대책 절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대법원 형사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탈취 혐의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음에도, 기술분쟁 관련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일방적 프레임’으로 해당 대기업 부담이 가중돼 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사재판의 경우 ‘대기업=악, 중소기업=선’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여전해 대기업의 기술개발 노력도 심도 있게 조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나아가 기술분쟁을 놓고 계속해서 대기업만 코너에 몰릴 경우 되레 대·중기 상생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태양광 전지회로 스크린프린터 업체인 SJ이노테크는 지난 2011년 한화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부품 목록 등 핵심 자료를 6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양측의 분쟁은 한화가 신규인력을 투입해 스크린프린터 자체 개발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2015년 한화는 “(자사에서) 요청한 내용을 SJ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면서 하도급계약을 끊었고, 이후 SJ이노테크는 “한화가 우리의 핵심기술을 탈취해 제작한 복제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2016년부터 민형사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우선 형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은 SJ이노테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J이노테크의 고소로 진행된 형사절차에서 검찰은 한화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SJ이노테크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사건에서 대구고검은 기각 결정했고, 지난해 3월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을 통해 무혐의로 종결됐다.
공정위가 동일한 사실관계(하도급법 위반)로 검찰에 형사고발한 건 역시 지난해 12월 무혐의로 종결됐다.
민사의 경우 1심에서는 한화가 전부 승소했다. 지난 2021년 12월 손해배상 항소심에선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SJ이노테크가 제기한 100억원대의 민사소송에 대해 한화 측에 기술유용 배상액 5억원 정도만 인정했다. 여기에 징벌적 배상액인 2배를 적용해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SJ이노테크가 한화 측에 전달한 매뉴얼 첨부도면을 통해 한화가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봤다. 다만 매뉴얼 첨부 도면을 제외한 기술자료들에 대해서는 특허에 의해 시중에 보편화된 기술이라고 봤고, 나머지 책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소송전은 민사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이 남은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이 심급별로 총 4차례에 걸쳐 영업비밀 침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형사와 관련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은 SJ이노테크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 2심 민사 판결 선고 이후에 무혐의가 최종 확인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기술탈취 피해는 대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위탁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협력은 놓칠 수 없는 기회지만, 기술탈취 위험으로부터는 완전하게 안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송전으로 갈 경우 최소 5~6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양쪽 모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소송전에서 한화는 검찰로부터 수차례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기간 동안 기업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대기업에 있어서 그 과정에서 ‘갑질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원천 기술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면서도 “양측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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