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상온 초전도체의 실마리를 한국 민간 연구진(퀀텀에너지연구소)이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과학계를 넘어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에너지·군사·의료 등 다방면에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속 2만km의 자기부상열차, 전력손실 없는 지구적 전력망, 스마트폰 크기의 슈퍼컴퓨터 등 꿈의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 당연히 발 빠른 증시에도 반영돼 관련주식이 폭등하는 등 벌써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해당 연구진이 일종의 ‘개발 레시피’를 공개한 수준이고 과학기술계의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제로(0) 상태인 물질이다. 전기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1911년 첫 초전도체 발견 이후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아직 어떤 금속이라도 영하 200도 이하 극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에서만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온 작동 초전도체가 나온다면 손실 없는 전력공급이 가능해져 전 세계 전력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고, 컴퓨터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혁명적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세계가 지금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납과 구리, 인회석을 이용해 ‘LK-99’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는데 이 물질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황산화납과 인화구리를 고진공 상태에서 925도로 굽는다’ 등 레시피도 공개했다. 지금까지 반응은 긴가민가하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했더니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고 중국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주류 과학계에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초전도 현상에 의해서 물체가 공중에 뜬다면 바닥에 접점 없이 뜨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LK-99는 한쪽이 자석에 붙은 채 불완전하게 뜨는데 이게 불순물 때문인지, 초전도체가 아니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퀀텀측이 “공식적인 발표를 준비 중”이라며 3일 연구소 홈페이지를 폐쇄한 것도 걸린다.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초전도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주식이 ‘묻지 마’식으로 오르고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투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미 논문에 제조법이 기술된 만큼 레시피대로 온전한 성능을 지닌 LK-99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검증 과정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소모적 진실공방에 우리 사회가 들뜨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책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등이 먼저 나서 책임 있는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