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연찬회 마지막 일정으로 ‘횟집 오찬’…“우리 수산물 안전해”
野, ‘흉상 이전 논란’ 홍범도 장군 묘역 참배…“역사 훼손 멈춰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29일 오후 연찬회를 마친 뒤 인천 중구의 한 수산물 전문식당에서 오찬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9월 정기국회 채비를 마친 여야 지도부가 서로를 향해 다시 한번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인천의 한 횟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부작용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구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하며 최근 육군사관학교(육사)의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추진을 계기로 불거진 ‘이념 논란’을 저격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29일 오후 연찬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인천 소청도의 한 횟집을 찾았다. 점심식사 메뉴로는 생선구이와 회, 전복·오징어 등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늘 평소에 먹으러 가는 먹거리가 왜 이렇게 자꾸 논란이 되고, 뭘 먹으러 가느냐가 사회의 관심이 되는지가 매우 의문”이라며 “늘 먹는 생선회를 먹고, 해산물을 먹는데 왜 해산물 먹는 게 이슈가 돼야 하는지 그 자체가 처음부터 틀렸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온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망가뜨리고, 우리 먹거리 문제를 터무니없는 괴담으로 덮어 씌우는 세력이 자꾸 우리 사회를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며 “더 이상 그런 형태의 잘못된 구태는 그만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해서 광우병 걸린다고 그렇게 난리부르스를 치더니, 광우병 걸린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명도 들어본 적 없다”며 “국민들이 자신들의 선호에 따라서 어느 나라산 소고기를 먹는지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인데, 그 선택을 방해하고 그야말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국민 식단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제 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식탁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일갈했다.
동행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먹는 거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나”며 “안전은 안심이다. 안심을 저해시키는, 안심을 못하게 하는 이런 선동들이 문제지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도 “이재명 대표도 와서 좀 먹으라고 하라. 4~5년 뒤에 먹어도 되고 지금 먹어도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우려 불식에 주력해 온 국민의힘의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지난 6월부터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상임위별로 횟집에서 식사를 이어 왔다.
이날 지도부의 점심 일정은 민주당이 연찬회를 마치며 발표한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 비상행동’ 특별결의문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국회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총동원해서 일본 정부가 강행하고 윤석열정부가 방조한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드시 중단시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의 반대에 상관없이 국민과 함께 특별안전조치 4법부터 즉각적으로 처리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내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대표는 연찬회를 마친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를 찾아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서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이념 전쟁을 선동하기 위해서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은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이끌어낸 전쟁 영웅”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해군의 홍범도함을 명명해서 홍범도 장군을 기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한독립 또는 대한 해방을 보지 못하고 2년 전에 이국 땅에서 쓸쓸히 스러져가신 홍범도 장군을 문재인 정부에서 2년 전에 겨우 유해를 모셔왔다”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책략을 도모하기 위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제거하고, 서훈에 대해 조사한다고 하는 이 황당무계한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코 대한민국 역사와 우리 국민들이 용서하지 못할 매국 행위”라며 “지금 즉시 (흉상 이전을) 철회하고 홍범도 장군에 대한, 또 독립운동과 다음에 독립 전쟁에 대한 훼손을 멈추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범도 장군과 관련된 논란은 최근 육사가 교내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당초에는 지난 2018년 3·1절 99돌을 맞아 육사 교내에 설립된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 총 5개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됐다. 특히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사가)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군이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으나 군은 이를 부인했다.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도 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군은 홍범도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은 이념전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최근에 독립군 흉상 제거 논란이 발생한 것을 보니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어쩌면 그렇게 똑같나. 건국절 논란, 친일 논란, 국정교과서 이제는 독립군 흉상 제거, 참 윤석열 정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이번 사안과 같은 역사 논란은 한국 정치 차원의 문제”라며 “사회·경제 정책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분열을 심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정당성과 상대방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역사 계보 논쟁을 지속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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