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민주당의 의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野 “총선 앞둔 정치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천공 개입설 근거 없어 큰 역효과 낳을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경기도를 서울에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동영상을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국민의힘이 던진 ‘김포시 서울 편입’ 카드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중심을 못 잡고 있다. 당초 여권이 총선전략으로 ‘메가시티론’을 들고 나오자 “뜬금없다”며 확전 자제 기조를 보이던 민주당은 이슈에 파급력이 생기자 뒤늦게 맞불을 놓는데 급한 분위기다.

실제 홍익표 원내대표가 ‘행정 대개혁’을 언급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당내에서도 엇박자가 난 상황이다. 더욱이 지도부 일각에서 ‘천공 개입설’까지 제기되며 ‘근거없는 음모론’이라는 역풍까지 자초하는 모양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경기도 김포시 서울시 편입에 대한 당 차원의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야당으로서 무조건 반대를 하기보단 정책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과 여권의 포퓰리즘 전략에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무대응론’ 혼재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사이 민주당을 향한 역풍도 우려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 제1 야당이 분명한 입장도 공개하지 못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포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서울시 편입 여부를 수렴하겠다는 우리 당 입장에 대해 민주당 입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반대한다는 거냐 찬성한다는 거냐”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혼란을 틈타 이번 이슈의 주도권을 더욱 강하게 쥔다는 방침을 세운 모양새다. 이를 위해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위한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하며 위원장에 토목공학박사 출신의 5선 중진 조경태 의원을 내정해다. 실질적으로 김포시 서울 편입을 진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의 ‘천공 개입설’ 역시 역풍 가능성이 크다. 당의 공식적인 회의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쏟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속도를 내는 여당에 성급한 대응을 하기보단 지도부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미 정책과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정책에는 정책으로 차근차근 대응을 해야 한다”며 “지금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에서 천공을 언급한 것처럼 근거가 없는 주장을 성급하게 제시하는 것은 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저쪽이 선거 전략으로 무작정 끌고 가겠다고 한다면 우리도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김포시 뿐 아니라 과천시, 광명시 등 논의 대상을 확장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정책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