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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였던 충북도의회, 예산반납 앞두고 해외연수 ‘꼼수’?
뉴스종합| 2023-11-04 09:30
충북도의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지난 2월 ‘음주 추태’로 해외연수를 중단했던 충북도의회가 연말 국외 출장 예산 반납을 앞둔 12월 의원 22명의 유럽 연수 계획을 확정하면서 도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최근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를 열어 정책테마 연수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의회는 상임위원회별로 운영하던 기존의 해외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주제를 정한 뒤 희망 의원의 신청을 받아 팀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체 의원 35명 가운데 22명이 2개 팀으로 나눠 연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원 8명이 참여하는 팀은 내달 14일부터 22일까지 6박 9일간 ‘북유럽 국가의 저출생 대응 및 유치원·보육 통합 정책 탐구’를 주제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방문한다.

방문기관은 핀란드 공공의료기관 ‘네우볼라’와 헬싱키 시청, 스웨덴 사회보험청과 청소년센터·초등학교, 덴마크 인생설계학교 '에프터스콜레’ 등이다.

‘지방자치 혁신과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진사례 탐구’를 주제로 독일, 이탈리아로 떠나는 팀에는 의원 14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내달 13일부터 20일까지 6박 8일간 독일 신재생에너지 마을 ‘반슈타트’와 유기농농장·한국무역관, 이탈리아 농업협동조합 등을 둘러본다.

의원 1인당 연수 비용은 약 600만원(자부담 100만∼150만원)이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2월 21일 유럽 연수에 나선 건설환경소방위원회 박지헌(국민의힘) 의원의 기내 음주추태 의혹이 불거지자 정책복지위·행정문화위·산업경제위·교육위원회의 등의 연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입장문에선 “의회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도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민들은 나머지 의원의 해외 연수가 취소된 것으로 알았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포기하면 1억3400여만원의 국외출장 예산이 불용 처리된다. 반납된 예산은 내년도 민생 사업에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숙을 선언한 지 10개월여 만에 22명의 연수가 확정되면서 불참 의원 6명 몫만 불용 처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회의 이런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연수 중 추태 논란과 징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자숙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책임을 공감하며 해외연수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추진하는 것에 큰 아쉬움이 든다”며 “해외연수의 내실화를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를 활용하는 도의회의 달라진 인식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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