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 中, 역빅스텝으로 경기 띄우기
뉴스종합| 2024-02-23 11:17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헝다그룹 ‘에버그란데 팰리스’ 입구 모습 [AFP]

중국이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사상 처음으로 3%대로 인하했다. 부동산발 쇼크가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악재로 작용하자 부동산부터 살리겠다는 의지다. 올해 중국 경제를 좌우할 최대 변수인 부동산시장에 약발이 먹힐지 주목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5년 만기 LPR을 전월 대비 0.25%포인트 낮춘 3.95%로 결정했다. 2019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5년 만기 LPR이 4%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하폭도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개인 자산의 80%가량이 부동산이다. 부동산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살아날 수가 없다. 지방정부 재정 부실로도 이어져 투자가 줄어든다. 총체적 내수 부진인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내 70개 주요 도시 기존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기존 주택 가격이 70곳 주요 도시에서 모두 하락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70개 도시 중 62개 도시에서는 신규 주택 가격까지 내렸다.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1년 전보다 9.6% 하락했다. 싱가포르 CGS-CIMB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24개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1월 주택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45%, 전월보다 41% 급락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 주택 가격이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펜데믹 전인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부동산 과열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투기를 막으려고 그해 8월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규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디폴트(채무불이행) 또는 자금난으로 몰아 넣었다.

2021년 대형 개발업체인 헝다(에버그란데)를 시작으로 스마오, 쉬후이, 진커 등이 잇따라 무너졌고 한때 최대 매출을 자랑했던 비구이위안까지 지난해 디폴트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주택 판매의 40%를 책임지던 부동산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회사인 중즈그룹이 올 초 파산을 신청했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까지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또한 예산의 40%가량을 충당하는 토지 매매와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방정부도 재정 악화에 빠졌다. 일부 지방정부는 수개월간 공무원 월급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급선회했다. 생애 첫 주택 요건 완화, 주택담보대출 완화, 주택 거래 제한 폐지, 보조금 지급, 개인소득세 환급 등 다양한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다. 자금난을 겪는 부동산 기업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부동산 업체가 보유한 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전무한 상황이다,

주로 고향에 돌아온 귀성객이 부동산을 구입하는 춘제연휴(설·2월 10~17일)에도 25개 도시의 하루평균 신규 주택 거래면적은 지난해 춘제 연휴 때보다 27% 하락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중국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홍콩도 고급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 초고가 주택(3800만달러 이상) 평균 판매 가격은 2022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무려 2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격적인 이번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싱가포르 TD증권의 알렉스 루 거시전략가는 “춘제 연휴 동안 주요 도시의 부동산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에서 주택 판매를 촉진하려는 움직임”이라며 “특히 다음달은 통상적으로 주택 판매 성수기여서 정부가 시의적절한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대응시기를 놓쳤다며, 더 강력한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주 및 뉴질랜드 은행 그룹의 싱 자오펑 중국 수석 전략가는 이번 인하가 “늦은 것 같다”며 “이미 피해가 내수로 전가됐다”고 말했다. 루 거시전략가도 “더 큰 폭의 인하는 단기적으로 주택 심리를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부동산 부문이 반전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LPR 5년물 인하 조치는 중국이 직면한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단계”라면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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