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성장률 25% 하락한 우크라 vs 전시호황 누리는 러시아 [러-우전쟁 2년]
뉴스종합| 2024-02-23 15:0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헤럴드경제=김영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만 2년이 됐다. 열흘 안에 러시아에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맞서 싸우며 전쟁은 이제 3년째로 접어들었다. 서방의 무기 지원이 줄고 우크라이나군 병력 열세도 심각해지며 최근 승기가 러시아로 급격히 기운 모습이다. 서방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러 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 경제는 오히려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외신은 미국 등 서방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한편 러시아에는 경제 제재를 퍼부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조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2년이 지난 지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당국자들이 바랐던 만큼 고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개월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핵심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서 지난 5월 바크무트 함락 이후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기하려는 정황은 아직 나타나지 않지만 장기전에 따른 피로감이 유럽과 미국을 휘감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서방의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재는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즉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멈추는 데 실패했다”면서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와 무기 생산력에 손상을 줬지만, 그 영향은 기대했던 것보다 느리다는 것을 서방 당국자들도 인정했다”고 전했다.

“우크라 GDP 25%↓…영토 18% 러시아에 빼앗겨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피해상황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밸퍼과학·국제관계센터 제공]

경제적인 면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성장률이 두 자릿수 하락했지만 러시아는 전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밸퍼과학·국제관계센터가 개전 첫날부터 이번달 20일까지 104주간 양국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쟁 전보다 25% 하락했다.

반면 러시아 GDP는 지난 2년간 4.4% 증가해 전시에도 경제 성장을 이뤘다. 러시아 GDP는 개전 첫해 서방의 자금 동결과 기업 이탈로 역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섰다.

서방의 자금 동결과 기업 이탈로 개전 첫 해에 러시아는 역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섰다. 중국과 인도 등이 싼값에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고, 민간기업에서 군수품을 생산하는 전시경제 체제를 가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인명 피해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네디스쿨은 사망·실종자, 전장에 복귀할 수 없는 중상자를 포함한 전체 병력 손실 규모에선 우크라니아군(13만명)이 러시아군 (20만명)보다 적게 집계됐지만, 민간인 사망자 수는 우크라이나가 1만378명으로, 러시아(131명)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전쟁 전 크림반도 등을 점령한 영토(7%)까지 포함하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영토 가운데 약 18%를 점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차지할 수 있다면 타협할 의향이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제재에도 굳건한 러…인도 등 원유 수출로 득 봤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러시아 투압스의 대형 정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도 건재한 경제 성장을 갖추고 전쟁에 밀리지 않았던 배경에는 중국과 인도 등 비(非)서방국에 원유를 값싸게 팔아넘기며 재정적, 정치적 자생력을 갖추면서로 평가된다.

CNN은 인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중단하자 재빠르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나섰다고 전했다. 핀란드 비정부기구(NGO)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는 370억달러(약 49조원)으로 전쟁 이전보다 13배 이상 늘어났다.

해운 분석기업 윈드워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인도로 직접 운항한 유조선 배편은 588편에 달했다.

군용 물품 고갈 문제도 북한과 이란 등과의 교류를 통해 해결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 됐다. 우크라이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KN-23/24로 추정되는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최소 24기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역시 러시아에 지대지 탄도미사일를 약 400기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나도 국가 재건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유엔 스위스 제네바 사무소는 우크라이나 정부, 유럽연합(EU), 세계은행과의 공동조사에서 향후 10년간 재건에 필요한 금액을 4860억달러(약 645조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GDP는 국제통화기금(IMF) 집계로 1734억달러(약 230조원)의 세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유럽인 “우크라 승리 10%…러 승리는 20%”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된 아우디이우카 인근에서 47여단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로이터]

이런 나머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 가능성을 믿는 유럽인이 우크라이나의 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12개 회원국 18세 이상 1만7023명을 대상으로 한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여론조사 결과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 같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의 승리로 전쟁이 끝날 것 같다는 대답은 배인 20%를 기록했다. 양국이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은 37%로 가장 많았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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