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오토바이를 탄 시위대가 화염과 시커먼 연기로 뒤덮언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이날 여러 도시에서는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며 아리엘 앙리 총리의 무조건 사임을 요구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대통령 암살 후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이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수천명이 탈옥하는 일이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이 아이티 현지 비정부기구(NGO)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날 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립교도소가 갱단의 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3800여명으로 추정되는 재소가 가운데 100명 정도만 남고 모두 탈옥했다. 이 교도소에는 유명한 갱단 두목들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범들이 수감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특파원이 교도소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교도소는 여전히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고 내부에서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10여구의 시신도 발견됐다.
아이티 정부는 성명을 통해 갱단이 국립교도소와 다른 시설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배후는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으로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미 셰리지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일 군과 경찰에 아리엘 앙리 총리 체포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매체인 르 누벨리스트는 갱단들이 교도소 공격에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드론을 통해 교도소 내부 상황을 정찰했다고 보도했다.
중남미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는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극심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 심각한 연료 부족, 치솟는 물가, 콜레라 창궐 속에 행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지난해 1월에는 이 나라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 의원 10명 임기마저 종료되면서 입법부도 없다.
또 지난달 8일 앙리 총리가 퇴진을 거부하면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까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갱단들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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