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법상 비례후보는 연설 못하고·확성기 금지
달라진 선거운동…취재진 질의응답으로 발언
일제히 휴대폰으로 유튜브 틀고…이어폰으로 청취
조용한 선거운동…마이크 대신 시민과 포토타임
‘지민비조’ 기조·지지율 상승에 민주당 후보도 찾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PK일정 동행취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30일 여수 이순신 광장에서 선거일정을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
[헤럴드경제(부산·창원·김해)=최은지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선거 일정은 ‘유세’라는 단어가 빠져있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약칭 ‘조국과 함께’가 일정 명칭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만 낸 조국혁신당은 선거운동에서 여러 제약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후보자는 공개장소에서 연설 또는 대담을 할 수 없다. 확성기를 사용할 수도 없다.
조국혁신당은 여러 제약 속에서 선거운동을 통해 두 자릿수의 지지세를 투표일까지 이어갈 선거전략을 고안했다. 기존의 선거운동 문법을 탈피하는 것이다.
통상 선거유세에는 주요 인사가 후보자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로 발언을 하고, 취재진과는 유세차에서 내려와 따로 만나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조 대표의 일정에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 그 순간 현장은 조용해진다. 마이크나 확성기를 쓸 수 없기에 유튜브 방송으로 현장음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지지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로 유튜브 방송을 켜고 무선이어폰을 꽂는다. 지지자가 많이 모인 부산 남구에서는 한 지지자가 유튜브 방송을 크게 틀고 다같이 조 대표의 발언을 듣는다.
취재진의 질문도, 그에 대한 조 대표의 답변도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함께 듣는 것이다. 마이크를 쓰지 않기에 지지자들의 외침도 잘 들린다. 조 대표의 발언에 방해가 되면 일제히 손으로 ‘쉿’을 요청하고, ‘조국’을 외치는 함성이 커지면 조 대표는 구호에 맞춰 오른손 주먹을 흔든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제스처는 그렇게 ‘조용한 선거운동’ 방식에서 탄생했다. 그의 손짓이 멈추면 구호도 조용해진다. 현장에는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면 발언을 잘 들을 수 있다는 안내 팻말이 곳곳에서 보였다.
조 대표는 “다들 아시겠지만 대중연설을 못하게 돼있다”며 “기자분들과의 문답만 허용돼 양해해달라”(3월31일 김해여객터미널 앞)고 안내했다. 선거법상 유세는 못하더라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위한 정치적인 메시지는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질의응답을 가장 먼저 진행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31일 창원 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크게 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
취재진과 질의응답이 끝나면 조 대표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지고, 지지자들은 익숙한 듯이 질서정연하게 한 줄 서기를 시작했다. 조 대표와의 ‘포토타임’ 시간이다.
시민들은 미리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고, 일행들과 함께 단상으로 올라 조 대표와 인사한다. 조 대표는 허리를 숙여 시민들과 인사한 후 함께 포즈를 취했다. 어린이나 학생과 사진을 찍을 때는 무릎을 한껏 굽혀 키를 맞췄다. 포토타임이 진행되면서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플래카드를 들고 온다. 조 대표는 직접 만든 카드를 유심히 보고, 사진을 찍고 나면 시민들은 “조국 파이팅”을 함께 외치고, 조 대표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날 창원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창원시민과 함께’ 일정에서는 시민들은 ‘포토타임’을 기다리며 ‘홀로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홀로아리랑은 조 대표의 노래로 상징돼 이번 조국혁신당 TV홍보영상에도 사용됐다. 부산 남구에서는 조 대표를 기다리는 지지자들이 ‘부산 갈매기’를 불렀다. 조 대표의 선거 일정이 지지자들이 모여 즐기는 일종의 ‘장마당’을 만들고 있었다.
30일 광주, 여수 등 호남 일정에서는 지지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안전상의 문제로 포토타임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단체 사진을 여러 각도로 찍는다. 당 관계자는 중간 일정에서는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포토타임에 제약이 있지만, 마지막 일정에서는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길게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29일 충남 서산 일정에서 조한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
조 대표의 선거 일정의 ‘트렌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우연한 만남이다. 31일 거제, 창원, 부산 남구 일정에는 민주당 변광용 거제 후보, 허성무 창원 성산 후보, 박재호 부산 남구 후보가 조 대표의 일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이날 일정을 마치고 부산 광안리의 작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민주당 유동철 부산 수영구 후보와도 조우(遭遇·우연히 서로 만남)했다.
앞서 29일 충남 일정 중 민주당 복기왕(충남 아산)·조한기(충남 서산) 후보와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두 사람과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했을 때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다른 당의 후보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포옹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다. 다만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따라 민주당 후보가 조 대표 일정에 등장하면 조 대표 지지자들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부산 남구에서는 지지자들이 ‘박재호’를 외치기도 했다. PK에서 조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지민비조’ 여론에 따라 민주당 후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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