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첫 해 경영혁신, 1조 재무구조 개선
3월 ‘디지털 대전환’ 선언...혁신전략 추진
전통적 공항 역할 너머 새로운 가치 창출
모-자회사 TF운영 등 지속성장기반 마련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인천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청사 접견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공항은 한 나라의 첫 인상과 같다. 또 마지막 뒷모습이다. 그래서 각국은 공항 인프라에 심혈을 기울인다. 단 한명의 관광객, 또 한 박스의 화물 유치가 곧 국익이기에 공항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실로 기적의 스토리를 써내려간 곳이다. 바다를 메운 곳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운데, 인프라와 서비스 모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각국의 공항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결코 이를 부정하지 못한다. 올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은 또 한번의 도약을 이뤄낸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인천국제공항의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상 어디를 다녀도 인천공항 만한 공항이 없습니다. 이런 좋은 느낌으로 취임해 와보니 이런 공항이 만들어진 것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취임 1년을 이학재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이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는 코로나19의 타격도 일거에 회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2022년 5000억 적자이던 영업손실이 취임한 2023년에는 5000억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과감한 경영혁신으로 1조원 이상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셈”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전 마무리된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A등급을 받았다. 수하물 대란 등의 혼란 없이 포스트 코로나 회복기에 완벽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치상으로도 인천국제공항의 회복세는 가히 놀랍다. 일본이나 미주 등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의 2019년을 넘어섰다. 그는 “중국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7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회항로를 이용하는 유럽이 74%로 비교적 회복세가 더딘 점을 감안했을 때 외부요인들이 줄어든다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성장세는 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상 국면에서 완벽한 회복을 이뤄낸 그는 이제 미래를 바라본다. 이 사장은 최근 ‘인천공항 4.0’ 시대를 여는 ‘비전2040’을 발표했다. 전통적 공항의 역할을 뛰어넘어, 공항을 매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구상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급감한 여객수요를 보며 그는 공항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을 절감했다. “2019년 7000만이 다니던 공항이 2021년도에 300만이 이용했다. 95%의 여객이 증발했다” 며 “기존의 규모를 늘리는 것 만으로는 공항의 수요와 수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이 사장은 “안전한 공항, 신속한 공항, 친철한 공항과 같은 항공교통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공항이 2.0의 시대였다면 4.0시대는 공항이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천공항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광대한 면적, 안정적인 전기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곳이 데이터 기반의 AI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R&D(연구개발)센터 유치를 통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대전환을 통해 이뤄진다. 그는 치열해진 공항산업 경쟁체제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해 ‘디지털 대전환’ 선언을 올해 3월 발표했다. 구체적인 혁신전략 4가지가 꼽혔다. ▷줄서지 않는 편리한 공항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적 공항운영 ▷경영전반에 걸친 디지털 체질개선 ▷디지털기술로 다가올 미래 구현 등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에는 삼성·LG와 같은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있다”면서 “최근 모든 산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얼마나 빨리하느냐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업무방식, 공항 운영기술의 디지털화는 물론 싱가폴 창이공항의 쥬얼과 같이 볼거리에 있어서도 디지털 전환을 많이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또 “신기술을 전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가고 국내 기술 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들의 상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같은 전시장을 인천국제공항에 만들고 싶다”면서 “인천국제공항에 전시되는 것 자체가 세계적인 기술로 공인받는 것이고 그것이 인천공항을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래 비전의 또 다른 한축은 해외 시장 진출이다. 이른바 K-공항 수출이다. 이미 세계 탑티어 공항의 위상을 토대로 해외 공항 건설 및 운영 프로젝트의 수주를 활발히 이뤄내고 있다. 공사는 2024년 수주한 마닐라 국제공항을 비롯해 쿠웨이트, 인니 바탕 공항, 폴란드 신공항 등 4건의 해외 사업을 수행중이다. 향후 몬테네그로, 베트남 등 신규시장 확대 추진을 통해 매년 2건 이상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는 세계 10여개 공항을 위탁운영·투자개발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놓았다. 이 사장은 “총 4조원의 사업비 투입이 예상되는 마닐라 국제공항 사업은 오는 9월 운영개시를 목표로 인수준비가 한창”이라면서 “역량 있는 국내 민간기업과 적극적 협업을 통해 K-공항 모델을 구성해 몬테네그로, 베트남 등 신규 시장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성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인국공 사태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요원을 포함한 2143명을 청원경찰 신분의 자사 정규직으로 직고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하지만 인국공 사태로 비화하면서 인공공항공사는 결국 직고용 계획은 철회하고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을 만들어 이들을 채용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얘기하며 공감능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위탁사업 구조개선 및 자회사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보안요원들이 속한 자회사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자회사가 100% 인천공항에 의존하는 게 아닌 사업을 다각화해 외부 사업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인천공항 환경미화원으로서 ‘하루 생활공감’을 통해 현장 근무자들의 애로사항을 몸소 체험해 봤다”면서 “모-자회사 합동 TF운영 등 자회사 경쟁력 제고를 통한 공항그룹 차원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 중에 있다”고 했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인천국제공항은 해외를 드나드는 관문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파라다이스, 인스파이어 등 주변 특급호텔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공항의 전후방산업 생태계로 조성된 기업들에 출퇴근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이른바 공황경제권 화두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공항이라는 거대 교통 인프라를 잘 활용해 인근 지역에 좋은 영향을 주고 경제적인 시너지를 주는 차원의 공항경제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인천공항을 기회의 인프라,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고 주변 산업체들도 함께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인천공항고속도로 가격을 내리는 등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민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폭증하는 해외 여행객을 맞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무척 분주하다. 공항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국장을 조기 개방하고, 1터미널 스마트 검색장을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보안검색을 거치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별도로 꺼내지 않아도 되는 시설을 구비하는 등 이용객들이 평소 불편하다고 느껴온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사장은 “올 여름 두달간 하루에 20만명씩 1200만명이 공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중에서도 휴가철에 가장 큰 지적을 받는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4350대 분량의 임시주차장을 운영하고 2터미널 장기 주차타워를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토박이 출신의 그는 인천에서만 60년째 주민등록을 보유한 인물이다. 지방행정가로 2번의 구청장, 3번의 국회의원을 역임해 온 이 사장에게 과거의 정치경험들은 인천공항 경영에 적잖은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세계 1등 공항의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데 오히려 내가 방해가 돼선 안된다는 생각을 항상 되뇌인다”면서 “과거 경험을 통해 정치권이나 정부와의 소통에 강점이 있는 만큼 우리 직원들이 기존에 해오지 않았던 일에 대한 시도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싶다. 외부에서 온사람이 앞장서고 대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내가 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면밀히 검토해 방향을 제시하고 잘 추진하고 싶다”면서 “과거 구청장 때부터 ‘일은 조직이 한다’는 철학으로 상호 존중과 수평적 조직 문화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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