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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집에 돈다발이…LH 5000억원대 입찰담합·뒷돈 의혹 무더기 기소
뉴스종합| 2024-07-30 14:01
LH 입찰 심사위원이 감리업체로부터 청탁을 대가로 지급받고 보관 중이던 현금 다발. [서울중앙지검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검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건설사업관리용역(감리) 입찰 과정에서 벌어진 입찰 담합과 뇌물 수수 사건을 수사해 17개 감리업체와 심사위원 등 68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입찰담합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는 30일 공공·임대 아파트 및 병원, 경찰서 등 주요 공공건물의 감리 입찰에서 담합을 한 감리업체와, 심사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심사위원 등을 공정거래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뇌물액 6억 5000만원은 추징보전했다.

검찰 수사 결과 17개 감리업체들은 2019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공공 발주 감리 입찰에서 순번을 전해 총 94건, 낙찰금액 합계 5740억원 규모로 담합 범죄를 저질렀다. LH 2020년 연간발주계획의 70%를 담합 업체들이 나눠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2019년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가 먹이감이 됐다. 최저가 낙찰로 인한 품질 저하를 막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한 제도다. 상위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을 막고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감리업체들은 높아진 낙찰가를 담합·로비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했고, 감리업체끼리 담합해 순서대로 사업을 따냈다.

심사위원 명단 공개는 금품 수수로 이어졌다. 감리업체들은 이른바 LH 전관을 채용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들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업체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 감리업체들은 심사위원 명단을 통해 지연, 학연 등을 고려해 영업조직을 꾸렸다. LH 전관과 영업팀을 활용해 평시에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심사가 시작되면 점수 청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직적인 뇌물 공여로 블라인드 선정 과정도 무력화됐다. 심사위원과 감리업체는 특정업체 제안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서류에 표식을 남기기도 했다. 감리업체 선정 청탁은 점수 배분과 방식에 따라 시세가 형성되고 은어가 생길 정도로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경쟁업체에 최하위 점수를 주는 것은 ‘폭탄’으로 불렸고, 대가로 2000만원이 지급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재정으로 마련된 공공·임대아파트나 병원, 경찰서 등 공공건물 건축 비용이 불법적 로비자금으로 이용되고 그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리 부실이 발생했다”며 “동종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국토교통부 등 3개 유관기관과 협의해 현행 입찰제도 문제점을 공유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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