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삼성·SK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작인데, 분위기 왜 이래…‘AI 붐’ 벌써 시들?[김민지의 칩만사!]
뉴스종합| 2024-08-03 09:30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 발표를 모두 마쳤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6조원대 중반, SK하이닉스는 5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반기에는 더욱 가파른 실적 상승이 기대되면서 2018년 반도체 초호황기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는 암울합니다. 지난해부터 1년 여간 상승가도를 달리던 AI 관련 시장이 최근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탓입니다. AI 반도체 대장주격인 엔비디아, 인텔, TSMC 등 주요 업체들의 주가는 며칠새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2일 폭락했습니다.

업계에서는 ‘AI 거품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듭니다. 메모리 시장 호황과 무관하게 AI 시장에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하반기 메모리 시장 전망과 AI 거품론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3주만에 30% 가까이 폭락…“실적 좋은데 주가는 왜 이래”

지난달 11일 24만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3주만인 지난 2일 17만3100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지난 2일 하루 동안에만 10% 이상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네이버증권]

삼성전자도 8만원대가 무너졌습니다. 지난달 11일 8만8800원까지 오르며 ‘9만 전자’를 코앞에 뒀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우하향해 지난 2일에는 7만96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약 한달 반 동안 종가 기준 8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7만 전자로 다시 복귀하고 만 겁니다.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야심차게 “3분기 중 HBM3E 양산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반짝 반등’에 그쳤을 뿐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주가와 무관하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8∼13%, 낸드는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부가가치 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종의 풍선효과로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가팔라졌습니다. 낸드 역시 AI 서버에 탑재되는 기업용 SSD가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D램 평균 가격은 올해 53%, 내년 35% 오를 전망이며,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7조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29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의 최대 실적입니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큽니다. 현재 기준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에 대한 컨센서스는 63조 874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불거진 ‘AI 거품론’…엔비디아 ‘깜짝’ 실적에 달렸다

업계에서는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AI 시장의 수익성이 관건입니다. 즉, “AI가 과연 돈이 되느냐”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초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필두로 AI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데,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정말 AI로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AI 회의론의 시발점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가 낸 리포트였습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지난달 “빅테크의 연간 AI 투자 금액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 6000억달러 매출이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1000억달러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무려 50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게티이미지뱅크]

골드만삭스도 굉장히 시니컬하게 AI 미래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지난달에 낸 보고서에서 “챗GPT 같은 게 세상에 나온 지 1년 반도 넘었지만 진정한 변화도, 이른바 가성비도 없다”며 “쓸모없고 준비 안 된 걸 넘치게 만들면 보통은 결과가 나쁘다”고 언급한 겁니다.

이런 ‘AI 거품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AI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돈을 번 빅테크 사례가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엇갈립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AI 활용을 핵심으로 하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285억 달러를 벌었지만, AI 투자 등에 쓴 자본 지출은 190억 달러로 같은 기간 80%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메타나 AMD 등 일부 기업은 여전히 AI에 대한 수요가 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AMD는 지난 2분기 58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AI 칩 판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메타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 높은 390억7000만 달러(53조58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AI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은 타겟 맞춤형 광고를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덴버 콜로라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과 대화형 기술에 관한 프리미어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빅테크 기업들이 무한정 돈을 쏟아붓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만약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를 줄인다면 AI 반도체 대장격인 엔비디아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13% 급등, 7% 급락 등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AI 거품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가 필요해 보입니다.

jakme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