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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불똥 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뉴스종합| 2024-10-29 11:21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 여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까지 미치고 있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황산의 품질이 저하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한 핵심 고객사는 “반도체 제품 및 공정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이 발생 시, 반도체 생산 및 품질관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려아연에 전달했다.

아울러 “귀사(고려아연)의 황산품질 미세변동으로도 당사 공정 산포가 흔들리고 있을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려아연과 오랜기간 지속해 온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고객사는 “오랜 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꾸준한 증설 등 안정적인 공급·협업·품질 투자로 당사와 동반성장 및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에 있어 반도체 황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생산과정이 고난도인 고순도 황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에서 초기와 후반 공정에서 필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순도가 낮은 황산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에서 고순도 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다.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용 황산을 포함해 연간 총 140만톤(2023년 기준·전체 국내 공급량의 65% 수준)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황산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고려아연도 이에 발맞춰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영권 분쟁 이후 고려아연의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반도체 황산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려아연 내의 경영권 분쟁사태를 우려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염려될 경우 반도체 황산 물량을 조정해 국내외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핵심 수요처가 사라지고 고려아연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분야는 물론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 밸류체인의 중요한 한축을 맡고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고려아연의 주요 생산 제품인 아연·연·귀금속·황산 등을 공급받는 국내외 80여개 고객사들은 최고 수준의 제품 품질 연속성이 저해될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온산제련소 핵심 기술인력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인력들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MBK라는 투기 자본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들이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관련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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