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 자산가’ 전담 4대 주요 시중은행 PB 인터뷰
  채권 투자는 ‘단기채’로…차익 실현 안전자산은 ‘금’
  “빅테크에서 중소형주까지” 美주식 비중 더 늘려야
  ‘허니문’ 기간은 리스크 관리 필요…“총알 준비해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정호원 기자] “당분간은 모든 수익이 ‘미국’을 중심으로 창출될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재테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달러와 미국 주식 등에 돈이 몰리며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선거의 밤 파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특히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채권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향후 다시금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14.7bp(1bp=0.01%) 급등했다.

최정연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법인 감세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결과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채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채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장기채 금리 수준이 높게 유지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채 위주의 보유 전략을 추천한다”면서 “단기채를 보유하다가 추세적으로 10년물 금리가 떨어지면 그때 갈아타거나, 미국 주식의 조정장이 왔을 때 이전할 수 있는 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나타난 ‘강달러’ 현상 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현 시점에 달러 투자로 인해 차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달러 가치가 높은 상황인 데다, 변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윤지욱 신한은행 잠실PB센터 팀장은 “인공지능(AI)이라던가 반도체·2차전지 등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경기가 견고해지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위안화 환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데,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의 정책 변화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 PB부장은 “당분간은 강달러 현상이 안정을 찾지 못하겠지만, 여기서 더 많이 가치가 상승할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미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데다, 대체재로 분류되는 달러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타 전쟁 리스크 등에 따라 금 선호도가 완만하게 지속될 수 있으며, 일정 보유 자산으로의 매력이 유지될 거라고 내다봤다.

최정연 부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금에 대한 선호도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형 지점장은 “단기간으로 보면 금 가격이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향후 정책으로 미국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 금 가격 또한 따라 오를 수 있다”면서 “금은 계속해 상승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PB부장도 “사람들은 여전히 금을 가져가야 할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자산 5~10% 비중 정도의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금의 흐름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본점 하나은행 딜링룸.[연합]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미 우선주의’ 정책이 당분간 미국 주식으로 많은 돈을 쏠리게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많았다. 특히 트럼프가 법인세 감면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형 기업들에도 주가 상승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형 지점장은 “기존에 빅테크 위주의 주가 상승이 이뤄지며, 향후 소외받은 기업들로 이익이 전파될 거라는 전망이 있었다”면서 “이런 기대는 유효하지만, 트럼프 효과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상승 여력도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욱 팀장은 “빅테크 외 내수 중소형 기업들의 주가가 그간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수혜가 골고루 전파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연합]

다만 전문가들은 일명 ‘수혜 종목’으로 분류되는 투자처를 더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트럼프 당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현 시점에 특정 미 주식 등 비중을 높이는 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시장의 기대감과 다른 방향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욱 팀장은 “특정 이벤트에 따른 투자 심리는 통상 실제보다 더 많은 진동폭을 보인다”면서 “이미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자산에 여력을 쏟기보다는 일정 부분 총알(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때를 기다리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PB부장은 “트럼프의 ‘허니문’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에 주식 등을 너무 급하게 담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